사조직과 선거법개정(사설)

사조직과 선거법개정(사설)

입력 1992-07-13 00:00
수정 1992-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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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후보를 결정한 민자·민주·국민·신정 4당에 경고서한을 보내 12월 대선의 공명선거 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있는 사조직의 확대 및 선거관련움직임 등에 대해 중단과 자제를 촉구한 것은 시의적절한 처사라고 본다.

보도에 따르면 요즘 대권주자들 주변에선 대통령선거에 이용할 목적으로 산악회·동우회·협의회·청년회 등의 이름으로 이른바 사조직을 만들거나 이를 확대개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사조직의 구성이나 확대가 위법은 아니다.또한 이들 사조직이 본격적인 사전선거활동에 들어갔다는 증거도 아직은 드러나지 않았다.그럼에도 선관위가 각 정당에 경고서한을 보낸 것은 앞으로 이들 사조직이 탈법선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선관위는 최근 각 정당 및 입후보 예정자들이 범하고 있는 공명선거분위기 저해 사례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방치할 경우 연말쯤 가서는 대통령선거의 공명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우리 인식도 그러하다.

선거엔 조직과 홍보에 돈이 제일 많이 든다.정당의 공조직도 아닌 사조직이 수십만,수백만명의 회원을 거느려 「공용」처럼 비대해졌을때 과연 돈안쓰는 깨끗한 선거를 기대할수 있겠는가.현행 대통령선거법은 법으로 지정된 선거사무원이 아닌 사람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또한 선거사무소와 연락소 이외에는 어떠한 유사단체의 설치도 금하고 있다.바꿔 말해 사조직의 선거관련 활동을 방치한다는 것은 불법선거운동을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뿐만 아니라 사조직이 커지면 후보들도 자신의 뜻과는 관계없이 결국 사조직의 불법적인 선거운동에 의존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에 몰릴수가 있다.그런 사태는 오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정치권내 사조직의 폐해를 적지 않게 보아왔다.공조직과의 마찰에서부터 폭력 사주,이권 개입,인사 청탁에 이르기까지 각종 부조리를 유발하고 그 온상으로까지 지목됐던 사조직의 이름을 여기서 굳이 적시하지 않더라도 많은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각당의 대통령후보들은 선관위의 촉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서 이에 협조해야 한다.법치국가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불법 탈법선거운동에 기대어 당선되려는 생각을 가져선 안된다.국민은 정당한 절차와 법을 지키는 후보,그리고 그런 대통령을 좋아한다.

최근 중앙선관위는 대통령선거법의 개정방향을 제시하면서 이른바 포괄적 금지규정의 삭제를 주장했다.지금은 법이 허용하는 선거활동 이외엔 모두 불허하고 있는데 앞으론 불허사항을 제외하고는 모든 선거활동을 자유화 하자는 것이다.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선거법을 둠으로써 많은 국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보다 지켜질 수 있는 선거법으로 개정하자는 것이 선관위의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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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사조직의 선거관련활동도 일응 허용될 수 있다.그럼에도 선관위가 사조직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사조직의 활동이 현행법에 명백히 위배되기 때문이었다.선관위의 사조직활동 중단 촉구와 선거법개정방향 사이에서 발견되는 이 묘한 상치는 대통령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대통령선거법을 시대에 맞게 개정하기 위한 여야협상을 촉구한다.
1992-07-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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