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파행 북방선교(사설)

과열 파행 북방선교(사설)

입력 1992-06-30 00:00
수정 1992-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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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단들의 북방선교가 과열양상을 빚고 있을뿐 아니라 현지 종교와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한국교회가 너도나도 뛰어들어 선교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은 옛 소련지역으로 그중에서도 러시아공화국의 수도 모스크바가 가장 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보도에 따르면 소련체제하에서는 한국교회가 하나도 없었던 모스크바에 지금은 13개의 한국교회가 난립해 있고 이곳에 한국 교회를 세우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선교사도 1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개신교신앙의 불모지였던 이곳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선교활동에 나서는 것 자체는 반가운 일이지 나무랄 일이 못된다.그러나 이로인해 한국교회끼리 과열 양상을 빚고 이 지역에 뿌리를 박고 있는 러시아정교회와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모스크바에 「사랑의 교회」를 세운 최상용목사는 『갑자기 이곳 저곳에 한국교회가 생기면서 목사들이 신도를 한사람이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해 매주일 선물을 나누어주는 일까지 있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

그는 또 한국교회의 과열선교가 신자뺏기·금품살포 등으로 이어져 현지 주민들 사이에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한국교회끼리의 과열선교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걱정스런 사태는 러시아정교회와의 마찰이다.최근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안에서 열렸던 S교단 J목사의 부흥집회가 러시아정교회의 항의로 궁에서 밀려나 옥외집회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또 비슷한 시기에 모스크바 부흥집회를 계획했던 한 교단은 아예 집회를 가져보지도 못한채 현지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단순한 선교상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부와 러시아정부간에 외교적 마찰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이것을 우려한 모스크바주재 한국대사관은 지난 3일 과열북방선교에 대한 문제점을 적시하고 이에대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와 개신교단에 요청하기도 했다.그러나 정부의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헌법상 기본권인 종교활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부의 한 당국자는 『해외선교활동에 대한 통제는 불가능하다.다만 정부로서는 각 교단이 과열북방선교를 스스로 자제해줄 것을 희망할 뿐이다』라고 말했다.그렇다면 이 문제는 각 개신교단의 지도자들이 풀어야 한다.

북방선교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것이 야기할 수 있는 갖가지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해소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해외에 선교사를 파송할 때는 신중한 사전준비가 있어야 한다.그 사회의 사상적배경과 문화적 풍토를 철저히 연구해야 하고 파송되는 선교사의 자질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또 그 사회에 뿌리박고 있는 토착종교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그러지 않고는 성공할 수가 없다.

한국교회가 해외 곳곳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이로인해 그리스도의 복음이 널리 전파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열정에만 치우쳐 분별없이 행동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한국교회는 내실부터 다져야 한다.
1992-06-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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