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과학자의 슬픔/전일동교수 연대·핵물리학(해시계)

러시아 과학자의 슬픔/전일동교수 연대·핵물리학(해시계)

전일동 기자 기자
입력 1992-06-01 00:00
수정 1992-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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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사회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러시아의 현실은 상당히 심각한 상태이다.경제적 어려움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저해하고 그것이 또한 경제발전에 치명적 타격을 주게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한없이 넓은 평지에 자리잡은 모스크바시는 모스크바강과 많은 수림의 녹지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도시다.그러나 개인에게 인센티브를 주지않는 공산당의 독재하에서 공공시설을 관리하는 정신을 잃은 탓인지 도로변에 흙이 쌓여있어 차가 지나갈 때마다 먼지가 일어나는가 하면 도로는 구멍이 나서 엉망이다.이것은 러시아의 경제적 어려움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공항 화장실이나 대학교 화장실 등은 아예 변기가 없다.떼어낼 수 있는 것은 다 훔쳐가기 때문이다.또한 관리도 하지 않기 때문에 엉망이다.이것이 러시아의 또하나의 현실이다.모스크바시에는 크렘린궁과 권력과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스탈린의 지시에 의해 건축된 거대한 전당 2개가 그 위용을 자랑하듯 서 있다.그 중 하나는 모스크바대학이고 또 하나는 우크라이나 호텔이다.모스크바대학은 시내 중심부에 있었으나 1954년에 레닌언덕위로 이전되었으며 중앙부는 32층,양쪽에 18층과 12층의 거대한 건물을 중심으로 여러 연구소가 넓은 캠퍼스에 흩어져 있다.이 중 하나가 물리학과 소속 원자핵물리학 연구소다.1969년 독일 보쿰대학에서 개최된 핵물리학 국제학술대회에서 만난적이 있는 노이다친교수를 23년만에 재회한 것도 바로 이 연구소에서이다.그는 지금 63세의 노교수이지만 『그동안 잠자고 있지 않았다』며 현재 자신의 연구실에서 진행중인 연구를 설명해 주었다.연구실에는 교수 3명,부교수급 2명,조교수급 2명 그리고 대학원생 5명이 자기 직속에 있으며 고체물리학·입자물리학등 이론물리학분야의 책임자로서 교수·부교수 그리고 조교수 약 30명을 거느리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실은 많은 사람들이 같이 들어가 있고 각자가 책상하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따라서 어떤 교수는 수업이 있을때만 연구실에 나오고 연구는 집에서 한다고 한다.연구비도 상당히 제약되어 있고 참고문헌도 풍부하지않다.과거 70여년동안 서방국가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상태로 연구를 해온 것이다.지도급 과학자는 다 공산당원이었으나 과학을 통하여 자유와 사고의 다양성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그래서 그는 70년에 걸친 공산주의 실험은 이제 끝났다고 하였다.

교수들의 월급은 약 10∼15달러인데 물가등을 고려할 때 현재 우리나라 기준으로 약 60만∼80만원 정도의 생활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따라서 연구 의욕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어떻게 그 강대국이 갑자기 이러한 모습이 되었는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이다.지도자의 자질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나게 해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1992-06-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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