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이후/유재원 외대교수·언어학(굄돌)

서울올림픽 이후/유재원 외대교수·언어학(굄돌)

유재원 기자 기자
입력 1992-05-20 00:00
수정 1992-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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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바르셀로나에서 제25차 현대 올림픽이 열리는 해다.올림픽이 치러지는 동안 전 세계의 이목은 당연히 바로셀로나로 쏠리게 될 것이다.그리고 많은 한국인들은 4년전에 우리가 지구촌의 곳곳에서 몰려온 손님들을 맞아 그 큰 잔치를 개최했던 기억이 새삼스러워 질 것이다.

‘세계는 서울로,서울은 세계로’라는 표어 아래 우리는 정말 열심히 뛰었고 전 세계에 우리 민족의 잠재력과 문화적 저력을 마음껏 자랑했다.88년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국제적 위치는 확고부동한 것이 됐고 항상 사대주의에 찌들었던 한국인의 열등감을 말끔히 씻어 내고 세계속의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갖게 됐다.건국 이래 처음으로 한국사람들은 국제인으로서 어깨를 펴게 된 것이다.게다가 금상첨화격으로 금메달수에 있어서도 당당 세계 4위를 차지했다.세계도 놀랐고 또 우리들 자신도 놀랐다.

또 서울 올림픽은 우리로 하여금 그때까지 영원한 적으로 여겨졌던 많은 공산주의 국가들과 국교를 맺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고,자유주의 우방국과 공산주의 적성국이라는 식의 냉전체제의 흑백 논리를 벗어나게 해 주었다.한 마디로 88년도의 서울 올림픽은 한국 현대사에 큰 금을 그은 획기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이후의 지난 4년을 돌이켜 보면 착잡한 감회를 누를 길 없다.세계를 놀라게 하는데에만 재미를 붙인 사람들처럼 우리는 서울 올림픽 이후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그 동안 우리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아마 서울 올림픽을 보고 한국인의 뛰어난 재주와 국민성에 놀랐던 다른 나라 사람들이 지금은 우리의 한심한 작태를 보고 또다시 놀라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올림픽 때 보여 주었던 단결력과 근면성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세계속의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도 더 이상 갖고 있는 것 같지 않다.지금의 한국인들은 게으르고 놀기 좋아하고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는가 하면 허세부리기 좋아하여 과소비를 해대며,위아래 안가리어 무례하기 짝이 없고,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건 전혀 관심도 없어시야가 좁고,서로 대립하여 지엽적 일로 다투고만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나의 걱정이 기우였으면 좋겠다.나의 생각이 기우든 아니든 우리 다시 한번 다같이 새로운 각오로 마음을 가다듬고 새 출발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1992-05-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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