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언어학을 전공으로 하다 보니 주변에서 어려운 낱말의 뜻을 물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언젠가 한 친구가 전화로 「노견」이란 말의 뜻이 무어냐고 물어 왔다.
친구의 이야기인즉 모처럼 가족들과 야외로 놀러 갔다가 길가에 써 있는 「노견 주행 금지」란 표시를 본 아들 녀석이 「노견」이 무어냐고 묻는데,대강 「길옆에 자투리로 남은 부분」을 가리키는 것 같다는 짐작은 가지만 처음 보는 단어라 정확한 뜻은 알 수 없고,또 교육상 아이들에게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적당히 둘러 대기도 뭣하여 정확한 뜻을 알아 주기로 약속하고 넘어 갔다는 것이다.덧붙여 하는 말이 실추된 가장 위신을 회복해야겠으니 좀 자세하게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갸륵한 가장의 마음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노견」이란 낱말은 철로에서 침목의 끝에서부터 자갈이 깔려 있는 곳까지를 지칭하는 영어의 「SHOULDER」에서 유래된 말로,자동차 시대에는 비상시에 차가 달리거나 대피할 때의 여유를 고려하여 만들어 놓은 도로의 양쪽가를 가리키는 낱말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이 낱말을 일본 사람들이 독창성(?)을 발휘하여 「노견」으로 번역한 것을 우리 나라 사람들이 염치좋게도 조금도 거르지 않고 그대로 차용하는 바람에,수수께끼같은 이 낱말이 어느날 갑자기 우리들의 생활에 불쑥 끼어 들어 그렇지 않아도 위기에 몰린 가장의 권위를 손상시키게 된 것이다.뿐만 아니라 국어의 주체성 역시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속상하는 일이다.
이 낱말에 가장 가까운 순 우리말은 아마 「길섶」인 듯한데 이 낱말은 「섶」이란 형태소가 암시하듯 단순히 「길 가장자리」라는 사전적 의미 이외에 「길가에 난 풀」의미까지도 지니고 있어 꼭 적당하다고 할 수 없다.그래서 문화부에선 고심 끝에 「갓길」이란 새로운 낱말을 만들어 쓰기로 했다.참으로 참신한 발상이다.정부가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준다면 우리 나라 말의 앞날에도 희망이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갓길」이란 낱말엔 「비상시」란 개념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갓길」도 역시 길이기 때문이다.나의 소견으로는 한자 말일망정 「비상차선」이란 말이 더 적절한 번역일 듯싶다.착한 한국인들의 심성에 비춰 볼 때,정말 비상시가 아니면 「비상 차선」에 들어 설 리가 없기 때문이다.
친구의 이야기인즉 모처럼 가족들과 야외로 놀러 갔다가 길가에 써 있는 「노견 주행 금지」란 표시를 본 아들 녀석이 「노견」이 무어냐고 묻는데,대강 「길옆에 자투리로 남은 부분」을 가리키는 것 같다는 짐작은 가지만 처음 보는 단어라 정확한 뜻은 알 수 없고,또 교육상 아이들에게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적당히 둘러 대기도 뭣하여 정확한 뜻을 알아 주기로 약속하고 넘어 갔다는 것이다.덧붙여 하는 말이 실추된 가장 위신을 회복해야겠으니 좀 자세하게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갸륵한 가장의 마음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노견」이란 낱말은 철로에서 침목의 끝에서부터 자갈이 깔려 있는 곳까지를 지칭하는 영어의 「SHOULDER」에서 유래된 말로,자동차 시대에는 비상시에 차가 달리거나 대피할 때의 여유를 고려하여 만들어 놓은 도로의 양쪽가를 가리키는 낱말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이 낱말을 일본 사람들이 독창성(?)을 발휘하여 「노견」으로 번역한 것을 우리 나라 사람들이 염치좋게도 조금도 거르지 않고 그대로 차용하는 바람에,수수께끼같은 이 낱말이 어느날 갑자기 우리들의 생활에 불쑥 끼어 들어 그렇지 않아도 위기에 몰린 가장의 권위를 손상시키게 된 것이다.뿐만 아니라 국어의 주체성 역시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속상하는 일이다.
이 낱말에 가장 가까운 순 우리말은 아마 「길섶」인 듯한데 이 낱말은 「섶」이란 형태소가 암시하듯 단순히 「길 가장자리」라는 사전적 의미 이외에 「길가에 난 풀」의미까지도 지니고 있어 꼭 적당하다고 할 수 없다.그래서 문화부에선 고심 끝에 「갓길」이란 새로운 낱말을 만들어 쓰기로 했다.참으로 참신한 발상이다.정부가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준다면 우리 나라 말의 앞날에도 희망이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갓길」이란 낱말엔 「비상시」란 개념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갓길」도 역시 길이기 때문이다.나의 소견으로는 한자 말일망정 「비상차선」이란 말이 더 적절한 번역일 듯싶다.착한 한국인들의 심성에 비춰 볼 때,정말 비상시가 아니면 「비상 차선」에 들어 설 리가 없기 때문이다.
1992-05-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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