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나무도둑」 검문/김동진 사회3부기자(현장)

구멍 뚫린 「나무도둑」 검문/김동진 사회3부기자(현장)

김동진 기자 기자
입력 1992-04-17 00:00
수정 1992-04-17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요즘 세상에도 나무도둑이 있습니까.설마 땔나무는 아닐테고 생나무를 훔쳐다 어디다 쓴단 말입니까』15일 상오10시쯤 대구시 동구 안심동 반야월 검문소.

이른 아침 산에서 불법으로 채취한 소나무를 실은 1·5t트럭이 검문소에서도 멈추지 않고 무사히 통과하는 것을 목격한 기자가 뒤늦게 쫓아가 『방금 나무를 싣고 지나간 트럭을 보았느냐』고 물었을 때 『전혀 본 일이 없다』며 시치미를 떼는 검문소측의 답변이었다.

며칠전 기자는 경북 경산군 하양읍 대곡1리 부근산에서 희귀목 등을 불법으로 캐내 밀반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상오8시쯤 현장에 도착,그곳에서 30대청년 2명이 산에서 소나무와 진달래를 캐내 트럭에 싣고는 달아나는 것을 보고 뒤를 쫓아 추격전을 펼쳤으나 결국 검문소 부근에서 놓쳐버렸고 혹시 검문소에서는 적발을 했겠지 하는 기대를 걸고 찾아갔던 것이다.

같은날 하오8시쯤 경북 경산군 하양읍 대곡1리 4번국도상의 한 주유소에서도 기름을 넣기 위해 들어서는 2·5t트럭 적재함 뒤편으로 불법채취한 듯한 나뭇가지가보였다.기자가 다가가자 이 트럭은 갑자기 후진을 하더니 대구시내쪽으로 쏜살같이 달아났다.

이 트럭의 위장술은 철저했다.앞뒤 번호판은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지워져 있었고 번호판을 비추는 후미등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 마을 주민들은 이같은 트럭이 하루에도 몇차례씩 이곳을 지나고 있으나 검문소에서 부정임산물을 단속하는 것을 한번도 본 일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박문식씨(35·대구대 직원)는 『20여일전 새벽 이곳 대곡리 약수터에서 1·5t트럭에 불법채취한 나무를 싣고 있는 것을 보고 지서에 신고를 했었다』며 『애써 심은 나무까지 캐내 팔아먹는 업자들도 문제지만 이를 단속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가 한통속』이라고 분개했다.

대구시내 조경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서는 소나무 한그루(7년생 기준)가 30만원씩에 조경용으로 팔리고 있는데 대구·경북지역에서 토취허가를 내준곳은 단 한곳도 없다는 당국의 설명대로라면 현재 시중에서 거래되고 있는 소나무는 모두가 이렇게 불법으로 캐내온 셈이다.

노력을 않고 쉽게 돈을벌려는 사람들.이를 사들여 자신의 정원에 심는 사람들.

국민식수기간을 맞아 전국민이 한그루의 나무라도 더 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때에 돈이 된다면 불법을 식은죽 먹듯 하는 이 세태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는지 안타깝기만 했다.
1992-04-17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