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홍재형 외환은행장(굄돌)

황금알 낳는 거위/홍재형 외환은행장(굄돌)

홍재형 기자 기자
입력 1992-03-10 00:00
수정 1992-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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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우화 중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야기는 성급한 기대와 지나친 욕심 때문에 이미 가지고 있는 것마저 잃어버리고 마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는 교훈을 담고 있다.그러나 이 우화는 또다른 의미에서 현대산업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 우화의 경우 거위의 배를 갈라 한꺼번에 많은 황금알을 얻겠다는 성급한 욕심만 부리지 않았다면,거위가 살아 있는 동안 그 주인은 많은 황금알을 손에 넣을 수가 있었을 것이다.그렇게 되면 거위도 살고 주인도 사는 그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해피엔드」가 되었을 것이다.

현대자본주의로 보면,예컨대 황금알은 생산물로,거위는 생산조직 또는 생산능력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황금알을 낳지 못하는 거위의 존재도 필요없지만 거위 없이는 또한 황금알을 얻지 못한다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이 양자를 슬기롭게 조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노사관계 같은 문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궁극적으로는 기업도 살고 그 구성원도 사는 공존공영의 자세와 그를 위해 합의점을도출해 내는 끈기가 요구된다.

감정적인 문제로 갈등하다가 가장 중요한 쪽박마저 깨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무슨 일이든 「이판새판」이라는 식의 공사적 감정 대응이나 교각살오식의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바탕위에서,타협과 양보의 균형감각을 갖춘 공생의 정신으로 계속 공통분모와 최대공약수를 찾아나가야 한다.

벌써 1·4분기를 마감하는 달에 들어섰지만 우리를 둘러싼 불확실한 국제환경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특히 경제적으로 볼 때는 중국의 괄목할 만한 성장과 동남아 아세안국가들의 발빠른 대시로 인해 우리의 설 땅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 있다.수출부진과 물가불안 등 우리경제의 여러 현안들을 그저 대안의 불로만 느낄 때가 아니다.우리 모두가 다시한번 「황금알」과 「거위」양자를 계속 유지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특히 나라안이 온통 선거분위기로 떠들썩한 때일수록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각기 자기자리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1992-03-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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