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이 너무 잦은 전산망들(사설)

고장이 너무 잦은 전산망들(사설)

입력 1992-02-26 00:00
수정 1992-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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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에 설치된 컴퓨터 중앙처리장치가 고장나는 바람에 서울역등 단말기가 있는 철도청산하의 2백30개 역들과 민간업체 여행사들의 전산발매가 30분동안이나 중단되는 소동이 24일 하오에 일어났었다.

90년7월에 이 전산망이 가동된 이래 처음 있었던 사고였고,당일 5시까지의 열차좌석표가 매진된 이후에 일어난 사고였으므로 큰 혼란없이 넘길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대형 전산망이 설치된 곳이면 으레 일어나곤 하는 이 만성적인 「불양장태」가 우리는 마음에 걸린다.지난 7일에는 증권전산망에 장애가 생겨 증권시장의 하오장이 전면 마비되는 사태가 빚어졌었다.

첨단기기는 대량정보를 대량처리하는 기능을 가진 기계다.그러므로 1초나 2초 정도의 잠깐동안 발생하는 고장이나 장애에도 엄청난 손실과 막대한 지장을 부르게 마련이다.그런 기계가 몇십분씩 또는 여러시간씩 멈춘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게다가 증권전산망의 사고는 올들어 두달도 채 안되는 동안에 7차례나 있었다고 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게 일어났다.더구나 이렇게 잦게 일어나곤 하는 컴퓨터의 고장이,번번이 「원인불명」으로 한동안 속수무책상태를 빚곤 한다는 사실이 딱하고 한심스럽다.

기계란 고장이 나게 마련이고,전산망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내장되어 있는 첨단기기는 고장날 가능성 또한 천문학적 숫자만큼 있으므로 고장 한두번 안날 수 있겠느냐고 유장하게 생각할 수 있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컴퓨터의 고장이란 단순한 기계의 고장과는 다르다.지난번 증권시장의 경우처럼 증시가 마비되어버리면 시각을 다투며 정보싸움을 하는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주는 것은 물론 개방시대에 들어선 우리의 자본시장에 대한 세계적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열차표의 발매가 마비되는 경우만 해도 전국적으로 피해규모가 확산될 수 있었다.

우리사회는 사회전체 분야에 전산체제가 도입되어 행정전산망에서 은행 온라인시스템까지 온통 컴퓨터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그런데 그 모든 분야에서 알게 모르게 너무도 빈번한 「고장」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이런 고장들이 오늘날 우리가 지닌 사회병리적 약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사실이 더욱 우려스럽다.정밀하지 못한 속성,「벼락치기」로 처리하는 성급함,보완이나 예방장치에 대한 신중성의 결여,기술요원훈련이나 사후투자의 결핍등 뒤에 따라야 할 모든 장치를 무모하게 포기하거나 묵살하는 습성 같은 것이 우리에게는 있다.우리 상품이 국제경쟁력에서 뒤떨어지는 이유이기도한 이런 요인들이 「컴퓨터사회의 운영」에도 그대론 반영되기 때문에 「잦은 고장」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심증이든다.

하이테크 기기는 그 유용도가 천문학적 수준이듯이 다루는 능력도 그만큼 첨단적이기를 요구한다.대강대강 무책임하고 부성실한 풍조가 만연된 오늘날의 우리사회에서는 고장이잦을 수 밖에 없다.우리전체가걸려있는 「고장상태」의 질환을 치유하는 노력이 근본치유의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1992-02-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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