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광란(사설)

소녀들의 광란(사설)

입력 1992-02-18 00:00
수정 1992-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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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들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될 수 없는 해괴한 일이 일요일 낮 김포공항에서 일어났다.낯선 외국인 팝그룹 하나가 공연하러 온 것을 맞으러 나온 1천여 소녀팬들이 「광란」을 해대는 바람에 공항의 업무가 한때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급기야는 17일밤 공연무대에 뛰어올라 소란을 피우다가 공연을 중단시키고 숱한 관객이 부상을 입는 소동까지 벌였다.

거의가 여자 중고교 학생들로 이뤄진 청소년들의 집단히스테리 증세같은 이런 소란은 가히 「신인종」을 보는 것같은 충격을 주었다.

영웅이 없는 현대에는 연예계의 스타들이 젊은이의 열광의 표적이 된다.유명한 팝송이 전파하는 속도는 첨단적인 전파매체의 회로를 타고 순식간에 세계를 휩쓴다.「극성팬」들이 그들의 표적을 한번이라도 접근해 보고 싶어서 광란의 소동을 피우는 풍속도 똑같은 속도와 질량으로 세계를 돌아 우리에게까지 전파된 것이다.

성장기는 물론 어른이 되고 노년에 이르기까지 전혀 이런 문화와 접해보지 못했던 어른들로서는 종말을 보는 것처럼 암담한 느낌을줄 일이지만 당사자들로서 심상하고,한때 스쳐가는 약간 강한 「바람」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그러므로 어른들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일도 아니라는 해석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양상을 놓고 보면 그냥 낙관만 하며 웃어 넘기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않고 무엇보다도 이런 일에 대응하는 어른들의 태도가 적잖이 걱정스런 부분이 있다.그토록 야단스럽게 서울에 「입성」한 뉴키즈그룹 자신이 팬들의 이 광란에 「솔직히 말해 두렵다」고 말할 지경이었다.너무 흥분하지 말도록 가라앉혀 달라고 주최측에 당부할만큼 놀라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열광을 넘어서는 광란적 현상이었음을,그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팬들의 집단열기에도 그 나름의 질서가 있어야 한다.우리의 어린 소녀팬들에게서는 그 점이 아주 결여되어 있는 듯하다.나이든 세대들은 윽박지르고 억눌러 나무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도 열광이 광란이 되지 않도록 길잡아 주는 노력은 해야할 것이다.

소녀들이 이토록 극성을 부려가며 소요극을 벌이는 것에는 방송매체나 이들 연예행사를 주관하는 측의 의도적인 부추김이 다분히 작용하고 있다는 혐의를 느끼게 된다.방송매체의 경우 쇼프로의 공개방송이나 비슷한 행사에서 여학생들을 집단으로 동원하고 그들이 지르는 기성이나 극렬한 행동을 프로그램의 배경효과로 활용하여 은근히 부추기는 일이 많다.또한 이런 일을 업종으로 하는 사람들의 상업적 부추김 또한 적지않은 것이다.연예인들 또한 철없는 그들의 분별없는 행동을 확대 재생산하여 인기관리에 이용하는 짓을 꾀 하고 있다.

이와같은 상업주의와 이기주의가 개입하여 청소년들을 잘못 유도하는 일은 어른들이 반성해야 한다.어른들이 사려 깊으면 많은 피해는 감소될 수 있다.특히 부모나 학교 스승들은 그같은 극단적 광란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도록 마음써야 한다.그것이 허망하고 의미없는,분별없는 행동임을 터득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여가문화로 이끌어주어 최소한의 질서와 교양이 바탕을 이루도록 노력해 주어야 할 것이다.
1992-02-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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