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달라져야 합니다(고쳐야할 정치행태 시리즈:8)

이거 달라져야 합니다(고쳐야할 정치행태 시리즈:8)

한종태 기자 기자
입력 1992-01-19 00:00
수정 1992-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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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도 제대로 모르면서 신분만 과시/엉뚱한 질문·자료요구에 자질논쟁/보스에 잘보이려 정치성발언 일쑤/공부는 뒷전… 모든 활동 보좌관에 의존

우리나라 국회도서관처럼 의원들의 모습을 찾기 힘든 곳도 드물다.

의원개인열람실에다 집필실까지 화려하게 도서관을 꾸며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곳을 이용하는 국회의원은 1년동안 몇손가락안에 꼽을 정도라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누구보다 공부를 많이해야 될 국회의원들이 자기 실력배양을 얼마나 게을리하고 있으며 국회의원들의 「자질」문제가 왜 끊임없이 제기되는가에 대한 해답이라고 보아도 된다.

그동안 언론매체가 단골메뉴로 취급해온 사안가운데 하나가 바로 국회의원들의 이같은 「자질론」시비였다.

물론 이에 대해 『국회의원은 모두 「교수」나 「박사」가 되어야한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개개인이 모두 헌법기관임에도 국정의 대체적인 줄기조차 모르는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저질 국회의원의 모습은 국정감사장이나 상임위회의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야당의원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일이지만 충분한 연구검토나 사전지식없이 무조건 엄청난 분량의 자료요구를 해놓고서는 정작 질의답변순서때는 『내가 언제 그런 것을 요구했느냐』는 식으로 딴전을 부리는 일도 부지기수이다.

또한 해당상위의 소관부처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판 모른채 엉뚱한 질문만을 계속해대다 국회전문위원이나 행정부처의 관계자들로부터 비웃음을 사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회의원들이 공부를 안한다는 것은 본회의 대정부질문원고나 상임위 질의서를 대부분 보좌관들이 작성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때문에 질문원고에 한자나 전문용어가 나오면 그 난이도와는 상관없이 틀리게 읽어 좌중의 폭소를 유발하는 웃지못할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지금은 애교로까지 받아들여지지만 구두선(구두선)을 구두탄이라고 한다든가 이재민(이재민)을 라재민,패배(패북)를 패북,부흥(복흥)을 복흥으로 읽어 각 신문의 고십란을 장식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렸던 한일의원연맹총회 기념리셉션에서 민자당의 S모의원은 장중한 어조로 축사를 읽어나갔다.

『한일양국은 앞으로 진격하게…』

순간 참석자들은 어리둥절해 서로를 쳐다보면서 사전배포된 원고를 들여다 보았다.그리고나서 하나같이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알고보니 S의원이 진지(진지)를 「진격」으로 읽었기 때문.

그후로 S의원은 동료의원사이에 「진격」의원으로 불리고 있다.

또 민주당의 L모의원은 「만진」선생으로 통한다.

13대유세당시 일장연설을 하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일로만진합시다』라고 큰소리로 외쳤는데 매진(매진)을 「만진」으로 읽은 것이다.

과거야당출신의 J모의원은 본회의 발언에서 『박정희대통령은 「유비무충」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라고 실언을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유비무환(유비무환)을 잘못 읽었기 때문.

야당출신의 K모의원은 외국여행중 시원한 냉수가 먹고싶어 이를 주문했으나 웨이터가 미네랄 워터를 갖고오자 「노 가스워터」라고 재차주문 했다는 것도 유명한 얘기다.

이밖에도 「역사의 아이노리」「아름다운 지하자원」등 무식한 발언을 모으자면 끝이없다.

임기 4년동안 기껏해야 두어차례 순서가 돌아올까말까할 정도로 중요한 대정부질문을 이처럼 무성의하게 한다는 것은 자신을 찍어준 유권자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따라서 국회의원 자신이 직접 충분한 사전준비와 질의 원고작성을 해야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회의원들의 자질이 형편없다는 지적을 받는데는 현 정치판의 잘못된 행태에서 근원하고 있다는게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수십억원의 정치헌금을 내기만하면 김배지를 당당히 달수 있는데 뭣하러 그 힘든 공부를 하느냐는 풍조가 우리 정치판에는 만연되어 있다.

또 어느 당의 실력자나 보스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국회의원을 얼마든지 할 수있기 때문에 극렬 투쟁과 폭언·난동을 일삼는 일부 의원들의 행태가 그치지 않는다.

이와는 달리 끊임없이 자기발전에 힘쓰며 바람직스러운 의원상을 보여주는 정치인도 없지 않다.

민자당서울출신의 대표적선량인 L모의원은 매일 새벽4시30분에 기상,밤12시취침까지 꽉짜인 스케줄에 따라 독서·관심 분야세미나 참석·경제공부등을 하는 사람으로 이름나 있다.

그는 강연회등에 자주 초청연사로 초대받고 있으며 해박한 지식을 동원,자신이 직접 원고를 작성한다.

결국 국회의원들이 대부분 자기발전에 게을리하고 공부를 안하는데는 지역대결적인 정치풍토,계파정치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유권자들이 감시와 견제기능을 소홀히 하여 「무자격」의원을 양산해내는데도 그 책임이 있다.

자질없는 국회의원을 가려내 유권자들이 철저히 도태시켜야함은 물론 의원 스스로 자질향상에 노력하여 정치발전에 앞장서야 한다.<한종태기자>
1992-01-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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