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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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2-01-18 00:00
수정 1992-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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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묵자 홍만종의 「순오지」에 「경전하사」란 속담이 실려 있다.『고래 싸움에 새우 죽는다』인데 흔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쓰인다.강자끼리 다투는 사이에서 엉뚱하게 약자가 해를 입는 경우가 그것이다.◆이런 경우를 이르는 속담으로는 『독 틈에 탕관』도 있다.커다란 독들 틈에 끼인 탕관이 어쩔 줄 몰라한다는 뜻.한문으로는 이 경우가 바로 간어재초.주나라 말기 등(등)이라는 자그만 나라가 강대국 재와 초사이에 끼여 곤욕을 치렀다.이때의 등나라가 말하자면 탕관.재와 초는 독이었던 셈이다.양쪽의 강대국이 싸우는 판에 약소국 등의 새우등은 터져났다.◆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의 노사분규가 그 모습을 보여준다.2천여개 협력업체들이 제 잘못도 아니면서 새우등 터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그들은 고래 싸움 등쌀에 일거리를 잃고 자금난을 겪는다.이미 부도를 낸 곳이 적지 않고 도산위기에 직면해 있다고도 한다.납품업체만 그런 것은 아니다.하다 못해 구멍가게까지도 고래싸움이 퉁기는 재채기의 영향을 안받는다고 할수 없는터.울산이「울상」을 짓는다.◆얼마전 「자동차공업 협동조합 조합원 일동」명의로 낸 광고는 등터지는 새우의 아픈 절규 그것이었다.협력업체 28만 근로자는 「여러분의 60∼70% 수준 보수」를 받으면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당신들은 상여금도 6백%인데 거기에 1백50%를 더 받고자 하는 욕심으로 수많은 새우등을 터뜨려서야 되겠느냐는 하소연이었다.사실은 새우등만 터지는 건 아니다.고래등도 터진다.물론 나라 경제의 등에도 주름이 간다.◆초기의 노사분규 양상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사로맹의 배후조종을 받아 그런 것인가.그 진상이야 곧 분명히 드러나겠지만 시대착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1992-01-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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