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1-12-15 00:00
수정 1991-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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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식엄엄.숨이 곧 끊어질 것같은 모양을 표현하면서 쓰이는 말이다.이 말은 다시,한때 내로라 하고 권세를 자랑하던 사람이 궁지에 빠져 기진맥진해 있는 모습을 가리키며 쓰이기도 한다.◆에리히 호네커 전동독 공산당 제1서기.친구들이 그림동화집 속에 묻혀 있을 때 탄광부 아버지한테서 마르크스 이론을 교육받은 사람이다.지금 그의 비식이 엄엄하다.베를린장벽 탈주자에 대해 발포명령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것을 피해 지난 3월 모스크바로 은신했다.그러나 러시아 공화국측에서 내린 비정한 출국통첩.그는 칠레대사관으로 옮겼다.하지만 그 또한 마음 편한 곳은 못된다.통일독일이 어디 만만한 나라인가.◆소비에트연방의 와해가 호네커의 입장을 난처하게 했다고도 하겠다.고르바초프대통령은 이때껏 「도의적 이유」로 호네커를 보호해 왔던 것.하지만 이젠 그 자신의 위치마저 편치 못한 처지가 아닌가.그런 판에 「남의 발등」까지 돌아볼 여유가 없다.18년 동안이나 동독을 지배했던 사람 호네커.어쩌다 그 말로가 이렇게 비참한 것으로 되고 말았는가.◆외신은 호네커가 북한·중국·쿠바 등에 「망명」을 요청했고 북한이 받아들이기로 했다고도 보도한다.결과는 어떨지 모르지만 있을 수 있는 일.88∼90년 북한주재 동독대사였던 한스 마레키씨가 술회한 바에 의하면 호네커는 이미 저승사람이 된 차우셰스쿠와 함께 김일성예찬론자이다.비슷한 체제의 수령인 그들로서는 반세기 가까이 끄떡없이 통치해 오는 김주석이 선망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으리라.호네커와 김은 동갑내기이기까지 하다.◆한 나라의 지도자를 지낸 사람답지 못하다는 인상을 짙게 풍기는 호네커.영화도 누리고 살만큼 산 나이 아닌가.구차한 행각 그만두고 떳떳하게 법정에 서서 법의 심판을 받는 게 훌륭한 인생황혼의 모습이련만….

1991-12-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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