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의회상과 법/한종태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성숙한 의회상과 법/한종태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한종태 기자 기자
입력 1991-12-04 00:00
수정 1991-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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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안 처리문제를 놓고 진통을 거듭하던 여야가 8차례의 마라톤협상 끝에 합의를 도출,3일 새벽 국회에서 표결통과 시킨 일은 근래 보기드문 성숙한 의회상을 보여준 것이었다.

물론 표결처리된 예산안이 세외수입과 관세수입추계를 사실상 계수상으로만 줄이고 세입을 세출에 짜맞추는 편법을 사용,형식상의 균형예산을 편성했다는 지적도 있고 본회의장에서 야당이 당략에 따라 명분상 이에 반대했다는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일부 내용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라도 예산안처리가 민주주의의 지렛대라 할수 있는 「표결의 원칙」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 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못내 아쉽게 생각한 것은 불과 몇시간 차이로 헌법이 규정한 처리시한(2일자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여야총무가 예산삭감규모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때가 2일밤 10시쯤이고 보면 자정까지의 남은 2시간은 예산안을 처리하는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원칙에 이미 합의해 놓고도 예결위에서 찬반론을 펴며 「명분찾기」식의 논란을 벌이느라 자정을 훨씬 넘기고 3일 새벽 4시44분에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의원들의 국회운영 행태가운데 가장 고질적인 병폐가 바로 필요없이 시간을 끌다 밤을 지새운다는 지적이다.목전의 시급한 현안을 다룰 때도 낮시간은 그냥 지나치다가 밤에 법안심의나 논의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 때문에 법정시한을 넘기는 일이 허다했다.

최근들어 「30분 더 일하기」「소비절약운동」이 범국민적 참여속에 전개되는 상황에서 정작 솔선수범해야할 의원들이 이를 외면한채 의사당을 지킨다고 해서 유권자들에게 신뢰감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더욱이 헌법은 입법부의 중요기능인 예산안 처리와 관련,제54조 2항에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전까지 정부제출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예산안 처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때문이다.

더구나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헌법을 준수해야 된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결국 국회의원들이 타성에 젖어 지금까지 법을 지키는데 너무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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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12-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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