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는 「유람총회」 노조(사설)

돈 쓰는 「유람총회」 노조(사설)

입력 1991-09-29 00:00
수정 1991-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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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 별로 들어본 일이 없는 행태의 한 화이트 칼라 노조 총회가 장기화하고 있다.지난 5일부터 시작된 현대해상화재 노조의 임금투쟁 임시총회가 그것이다.벌써 24일째로 접어들건만 대화도 없이 팽팽한 대립만으로 일관하여 온다.

조합원의 보다큰 호응을 얻으려 했던 것인지,아니면 세인의 눈길을 끌려 했던 것인지 모른다.이들은 노동쟁의 조정법을 굳이 무시하면서 사업장을 떠나서 전국 여기저기를 돌며 쟁의를 벌이고 있다.「재미」도 느꼈을 법한 색다른 행각이다.그래서 「유람 총회」라는 희한한 새 유행어를 만들어 놓고 있기까지 하다.

이들 6백여 노조원들은 설악산에서 시작하여 부산 해운대로 경주로 다니는 동안 콘도미니엄을 이용하고 19일 대전으로 와서 총회를 열고 있다.그동안의 여정을 본다면 노조운동이라기 보다는 단체관광의 인상을 더 짙게 풍긴다는 것이 사실이다.돈이 많이 들었음은 당연한 일이다.설악산 해운대 등지에서 생활할 때는 하루에 1천3백만원씩이나 썼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이것이 과연 임금투쟁하는 노조원들의 모습일 수 있다는 말인가.

모든 세상사에서 그래도 무엇인가 알만한 사람이 딴전부리고 삐딱하게 나가는 것을 볼 때처럼 불쾌해지고 괘씸해지는 것도 없다.현대해상화재의 노조원들이 누구인가.그들은 우리 사회 화이트칼라로서 누구 못잖게 오늘의 우리가 처한 상황이나 현실에 대해 알 만큼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그런 사람들이 벌이고 있는 작태가 한심스러운 것임으로 해서 그들의 요구가 옳으냐 그르냐를 논하기에 앞서 먼저 개탄스러워지기부터 한다.「배부른 투정」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때가 어느 때인가.지금 온 나라는 과소비 추방의 열기에 차 있다.무역수지 적자는 쌓여 생각있는 사람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물론 그런 시점이라 해서 노조운동이 없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하지만 그 행태가 문제인 것이다.제3자의 눈에 전혀 분별력이 없어 보이는 이같은 행태에 여론이 동조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불법적이고 과격한 노조운동에 신물이 날대로 난 국민들 눈에는 시의도 얻지 못한 탈선으로만 비치고 있는 것이다.

엎질러진 물에,그럴듯한 명분을 못찾고 있는 「투쟁」으로 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그러나 당초 참가했던 6백여명 가운데서 추석귀향을 계기로 대전총회에는 1백50여명이 합세하지 않은 점에 유의해야겠다.제아무리 옳은 주장도 방법이 잘못될 때는 그 설득력을 잃고 만다는 점에도 유념해야만 한다.2억을 바라보게 된 이미 쓴 비용은 누구의 눈에도 노조운동 치고는 사치스럽기만 하다는 것이 사실 아닌가.

사용자측에서도 「궁색해진 쥐」에게 적당한 명분을 찾아 주도록 해야겠다.지금은 이렇게 자기소모를 할 때가 아니다.이 꼴사나운 노사대립은 하루빨리 거두어져야 한다.불쾌하지 않은가 말이다.
1991-09-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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