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독신주의자가 늘어간다고 한다.선진 외국에서의 경향이 우리에게도 이입된 현상.일(학문등)에 전념하다 보니 혼기를 놓친 경우도 있겠으나 경제적 능력이 따르면서 매이는 생활을 싫어하는 심리도 작용하는 듯하다.◆하지만 지난달 28일 위암으로 세상을 뜬 김보환교사의 경우는 다르다.57살을 독신으로 살아온 이 여교사는 올해 85살이 된 노모를 모시느라 결혼할 생각을 못한 경우다.아버지는 30년 전에 작고했고 4살위인 언니는 결혼을 했다.자기마저 결혼을 하면 어머니는 홀로 남을 게 아닌가.그래서 미루어 오다가 노모보다 먼저 떠나간 초로의 처녀.망구 노모의 슬픔이 가장 큰것이리라.◆위암 선고를 받고도 내색 않고 교단에 섰던 33년 교직자.견딜 수 없는 통증을 느끼고서야 입원한 끝에 눈을 감았다.결혼은 안했지만 날마다 대하는 제자 하나하나가 다 내 아들이며 내 딸이라 여기면서 정성을 쏟아온 평생.그는 숨을 거두면서 노모의 생활비를 제외한 재산과 퇴직금을 몽땅 재직해 온 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놓았다.육영의 뜻을 죽어서도 펴겠다는 곱고도 숭고한 교육정신이다.◆신문의 사회면을 보면 갖가지 희한한 반사회적 사건들이 잇따른다.세상이 금방이라도 결딴 날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그러나 이 세상에는 그보다 수천 수만배의 크고 작은 선의가 살아 숨쉰다.평생 김밥장수 해서 모은 돈을 대학에 내놓은 할머니도 있고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자기는 죽는 의인도 적지 않다.이같은 선의들이 우리 사회를 밑받친다.김교사도 그런 사람중의 하나.사도와 효도를 본보이고 떠나간 우리 시대의 사표이다.◆이 장학금의 혜택은 해마다 30명 학생에게 돌아간다.그 장학생들에게 김교사의 정신은 이어질 것이다.저세상에서는 오순도순한 가정 이루기를.
1991-09-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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