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국사를 보면 곰과 범 얘기가 나온다.곰과 범은 환웅에게 늘 사람이 되게 해주십사고 빈다.어느날 환웅은 쑥 한심지와 마늘 스무개를 주면서 말한다.『너희가 이걸 먹으며 백날동안 햇빛을 보지 않는다면 사람이 되리라』◆백에 대해 신앙성과 신비성이 부여되는 것은 이렇게 단군왕검의 출생부터서의 일이다.우리 겨레는 그래서 자식을 못낳다가도 백일기도 드린 끝에 아들을 낳는다.또 그 아들이 난지 백일이 되었을 때는 잔치를 열어 기쁨을 나누면서 무병하게 자라나기를 기원했고.그 백은 「많음」의 뜻도 곁들였다.고어로 「온」이라 했던 것이나 정몽주가 「일백번 고쳐 죽어」라 했던 것이 말하자면 그런 뜻이었다.◆생각해 보자면 백은 신비롭게 되어 있다.수의 개념을 생각해 볼때 그렇다.하나부터 열까지 센 다음 스물 서른하고 백까지 세면 수로서의 이름은 끝난다.그 다음에는 똑같은 수를 되풀이하면서 천·만…하는 단위만이 있을 뿐이다.한자의 「백」또한 그런 뜻으로 되었다는 것이 「설문」의 풀이이기도.사실 고대사회로 갈수록 백 이상을세어야 할 일은 별로 있었을것 같지도 않다.◆지난 8일이 대학입시 백일 전이었다.전국의 사찰에는 그 백의 신비를 찾는 모정들이 모여들어 불공을 드린 것으로 전해진다.그게 효험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애틋한 심경만은 느끼게 한다.이런 「모정의 백」과는 달리 그 자녀들은 이날 「백일주」라는 것을 마시며 놀아나는 것으로 알려진다.쌓여온 「스트레스 풀기」구실인듯 한데 대체로 광란화한다는 점이 문제.잘못된 풍습이다.◆앞으로 석달 열흘.마음을 다잡고 차분히 정리해 나갈 일만이 남았다.믿을 것은 그렇게 정돈된 실력일뿐 백일전 불공이나 백일주 일수는 없다.
1991-09-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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