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1-08-14 00:00
수정 1991-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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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자 조간신문에 실린 두장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분단 46년만에 남북의 학생들이 판문점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남과 북의 학생들이 서로 얼싸안은 사진도 있고 마주보고 웃는 사진도 있다.북한지역방문 취재를 준비중인 서울지역대학 신문기자연합대표 3명과 북한의 조선학생위원회 대표 3명이 사진의 주인공들.◆그런데 그 사진이 감격스럽기 보다는 생소하게 느껴지고 불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지난12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남북의 학생들이 마주치는 순간 북쪽 학생들이 먼저 남쪽 학생들을 소련식으로 포옹했고 남쪽 학생들은 잠시 당황했으나 같이 끌어 안았다.북쪽 학생들은 또 회의실중간에 마주앉도록 되어 있는 의자와 책상을 치워버리고 『자유스럽게 이야기하자』면서 북측지역에 다시 자리를 만들었다.◆모든 것이 북쪽 학생들의 뜻대로 되어갔다.이런일들을 자연스런 모습으로 보면 그만이다.그러나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남쪽 학생들은 글자 그대로 학생이지만 북쪽 학생들은 「학생」의 가면을 쓴 이른바 「통일일꾼」들.◆남북 학생들의 나이만 비교해 보아도 그런 사정은 금방 드러난다.남쪽 대표들은 모두가 20살을 갓 넘겼지만 북쪽 대표들은 26살,27살,32살.북쪽에도 우리와 비슷한 나이의 대학생들이 많지만 이날 나온 북쪽 대표들은 군대와 직장을 거쳐 당에서 특별훈련까지 받은 통일전선의 전위대라고 봐야한다.◆그렇다면 북한의 의도는 불을 보듯 뻔하다.지난12일부터 서울의 한 대학에서 열리고 있는 「범민족서울대회」를 부추기기 위한 선동굿판에 남쪽의 학생기자들을 이용해 보자는 것.우리는 모르고 끌려가고 때로는 알면서 따라가는등 선전·선동·전술면에서는 그들에게 말려드는 인상.천하대세는 이미 우리편.「통일」「민족」「민주」라는 마술적 용어에 걸려 북의 장단에 춤추는 어리석은 놀음일랑 이제 그만했으면.

1991-08-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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