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후반 안정적 국정수행 포석/정 총리 기용의 의미와 전망

집권후반 안정적 국정수행 포석/정 총리 기용의 의미와 전망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1991-05-25 00:00
수정 1991-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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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색 배제로 「실천내각」 될듯/소신·추진력 겸비… 위기수습능력 평가

노태우 대통령의 정원식 총리 기용은 집권후반기의 내각을 행정중심의 강력한 국정관리내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정원식 내각은 따라서 정치색을 배제한 「실무소신」 내각으로 그 성격을 규정지을 수 있다.

전임 노재봉 내각을 정치색을 강하게 띤 「친위내각」으로 치부할 수 있었다면 정 내각은 확실히 정치·행정분리의 구도 아래 짜여진 포석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정원식 전 문교장관의 총리발탁 구도는 노재봉 총리의 어쩔 수 없는 퇴진과정에서 잘 읽혀진다.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 아래 강력하게 국정을 밀고나가던 노 총리가 취임 5개월도 못돼 중도하차한 것은 비록 명지대생 사건이 계기가 됐긴 하지만 정치권의 집요한 공격의 결과로 해석되는 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경쟁과 관련한 정치바람의 영향권 바깥에 있으면서도 집권후반기의 국정을 안정적으로,그리고 강력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실무소신형」 총리로 할수밖에 없다는 노 대통령의 생각이 가시화된 것이 바로 정 총리의 기용배경이다.

신임 정 총리는 지난 88년 12월부터 2년간 문교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특유의 강한 소신과 추진력으로 당시 격화되고 있던 학원사태 현장에 몸으로 뛰어들어 수습하고 특히 전교조사건에도 맺고 끊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위기대처능력을 크게 평가받았던 것이다.

정 총리 기용의 두 번째 배경은 통치종반기 노 대통령의 외곽지지 기반을 두텁게 하는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 총리는 이북(황해 재령) 출신의 60대로서 6공 초기의 이른바 「신원노그룹」과 접목을 이루고 있다.

지난 87년 대통령선거 당시 노 대통령의 집권에 큰 몫을 담당한 이북 5도민의 핵심지주인 이들 그룹은 집권중반기를 고비로 거의 다 「권력」으로부터 멀어져갔다.

강영훈 전 총리·김재순 전 국회의장·홍성철 전 대통령비서실장·강원용 전 방송위원장·서영훈 전 KBS 사장 등의 이들 그룹은 한때 TK(대구·경북)그룹과 함께 실세를 이뤘었다.

이런 맥락에서 정 총리의 등장은 분명히 집권종반기노 대통령이 추구해야 할 민자당정권의 재창출과업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이북5도민 세를 확실한 반군으로 붙잡아 두면서 이들을 고무시킨다는 원려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노 총리의 퇴진을 몹시 가슴아프게 생각하면서 후임인선에 장고를 거듭한 끝에 낙점한 정 총리 카드는 「풍요속의 빈곤」을 이룬 총리 후보군에서는 최선의 선택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야권에서는 정 총리의 과거 전교조사태에 대한 「소신있는 대처」를 두고 또 다른 「공안통치」의 시작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정 총리의 이미지가 결코 「강성돌파」 총리는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통령중심제에서 국무총리의 얼굴이 바뀌었다고 해서 내각성격이 전면적으로 바뀐다고 하는 것은 실제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내각의 분위기만은 정 총리의 온화한 풍모가 그런대로 반영될 것 같다.

내각개편이 시위정국을 일단락 짓고 흐트러진 민심을 다독거리는 일련의 수순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할 때 이번 정 총리의 기용은 민심수습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총리가 차기 대권경쟁구도와는 무관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외풍을 전임자에 비해 덜 탈 것으로 예상되나 그가 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해야겠다.

앞으로 1년9개월여 남은 노 대통령의 잔여임기중에 14대 총선·차기대통령선거라는 매우 중요한 정치일정이 놓여있어 이러한 정치일정의 진행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정치돌풍의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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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5월 한 달을 휩쓸어온 시위정국은 이번 정 총리 내각 출범을 계기로 서서히 막을 내리고 6월은 본격적인 광역의회의원선거 정국으로 크게 국면을 전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이경형 기자>
1991-05-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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