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는 마음 받는 마음(사설)

사과하는 마음 받는 마음(사설)

입력 1991-05-25 00:00
수정 1991-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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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치르고 나면 피로가 엄습해 오면서 허전해지고 새삼스러운 슬픔이 밀려오기도 하는 법이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는 장례 그 일에 매여 미처 느끼지 못했던 생각들이 꼬리에 꼬기를 물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치르는 장례의 경우도 그러한데 하물며 생때같은 아들을 서럽고 아프게 잃은 강경대군 부모의 경우야 더 말할 것이 없다고 하겠다.

아들을 잃은 슬픔 위에 20여 일을 두고 장례를 못 치르는 동안에 받은 심신의 피로는 이루 형언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 죽음을 놓고 투석·최루탄의 시위는 끊이지 않았고 그 죽음을 애달파하는 죽음들이 잇따르는 사이 강군 부모의 가슴은 2중3중으로 미어졌을 것임을 헤아릴 만하다. 우여곡절 끝에 장례를 치름으로써 이제 비명의 불행한 죽음으로 시작한 불안했던 시국도 진정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부모가 죽으면 청산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이 단장의 비통 속에 있는 부모 앞에 뒤늦긴 했지만 서울시경국장을 비롯하여 강군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경찰서장·구청장 등이 찾아가 고개를 조아리며 사과를 했다. 빈소가 차려져 있는 동안 조문을 가는 것이 옳기는 했겠지만 격앙되어 있는 그 상황에서는 엄두를 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음도 사실이다. 부모나 가족도 그렇지만 빈소를 지키는 학생들이 어떤 과격한 사단을 벌였을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뒤늦은 사과방문이라고 하겠으나 어쨌든 지난 잘못을 진사하는 그 자세를 우리는 소망스러운 마음씀으로 보고자 하는 것이다.

아들을 치사한 가해자들의 책임자가 찾아갔을 때 그 부모는 새삼스럽게 격앙되어오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또 그런 감정으로서의 추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사람이고 제어하기 어려운 인지상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부모는 시간이 흐르면서 음료수도 대접하는 가운데 조용하고 담담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비는 데는 무쇠도 녹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지만 슬픔과 아픔 속에서도 사과방문을 좋이 받아들인 강군 부모의 용서하는 자세에 우리는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저지른 잘못에 대해 그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데는다시는 그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뜻이 곁들인다. 또 그런 뜻을 곁들여 사죄를 한다는 것은 양식과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면서 한편으로 피해자의 가슴에 맺힌 앙금을 다소나마 씻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화음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지난번 성대에서의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폭행사건 때 나중에 학생들이 정중하게 사과를 함으로써 화기를 도출했던 일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것은 분명 흐뭇한 정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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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이번의 사과방문한 마음과 그를 담담히 받아들인 마음을,불행한 사태의 재발이 없게 하겠다는 결의와 불행했던 일을 관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면서 이런 마음들이 더 널리 더 깊게 우리들 심성 속에 자리잡혀나갔으면 하고 생각해본다. 사과는 잘한 일이었고 그를 받아들인 강군 부모는 훌륭했다. 시경국장 일행은 『나중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고 하면서 사죄하는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그 말을 지나가는 인사말로 버려두지 말고 잊지 않고 실천할 것을 당부해두고자 한다.
1991-05-2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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