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의 대공세·국외압력에 굴복/에티오피아 대통령 탈출

반군의 대공세·국외압력에 굴복/에티오피아 대통령 탈출

이창순 기자 기자
입력 1991-05-22 00:00
수정 1991-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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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군사지원 끊겨 통제권 상실/종족간 갈등 뒤엉켜 내전종식 여부는 미지수

에티오피아 멩기스투 대통령의 강권통치시대가 막을 내렸다. 지난 77년 집권한 멩기스투대통령이 21일 에티오피아 반군을 비롯한 국내외의 강력한 사임압력에 마침내 굴복하고 국외로 탈출한 것이다.

멩기스투 정부는 지난 몇 개월간 계속된 반군의 대규모 공세로 북부 2개주를 점령당한 데 이어 최근에는 나머지 3개주의 주요지역도 통제권을 상실,사실상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멩기스투 대통령이 사임했다고 해서 현 에티오피아 정권이 당장 반군 수중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부통령인 테스파예 게브레­키단 중장이 정권을 장악함으로써 현 집권체제가 적어도 한동안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멩기스투 대통령의 사임은 정권이 반군에 넘어가기 전에 현 집권체제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멩기스투 대통령의 사임과 함께 반군과의 즉각적인 휴전과 모든 반체제단체들이 참여하는 과도정부 수립을 제의한 것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멩기스투 대통령의 사임은 또 미국의 중재로 다음주 런던에서 열릴 예정인 정부와 반군간의 평화회의의 최대 걸림돌을 제거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반군단체인 에리트레아 인민해방전선(EPLF)과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은 멩기스투 대통령의 사임만으로는 내전을 종식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정권을 장악한 테스파예 부통령도 현 집권 평의회의 일원임을 강조했다.

반군단체들의 이같은 반응으로 멩기스투 대통령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에티오피아의 내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내전이 계속될 경우 테스파예 정권이 EPLF,EPRDF,티그레 인민해방전선(TPLF) 및 오모로 인민전선(OLF) 등의 공세를 과연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에티오피아 정부군은 최근 들어 반군의 대공세에 계속 밀려왔다.

에티오피아 정부의 이같은 저항력 상실은 경제사정의 악화와 가장 중요한 지원국이었던 소련의 지원중단 때문인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인 에티오피아 정부는 예산의 많은 부분을 반군과의 내전에 투입해온 데다 기근까지 겹쳐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사회주의노선을 표방해온 에티오피아 정부는 특히 연간 1백억달러의 군사지원을 해오던 소련이 최근 국내사정으로 군사지원을 중단하고 기술자들을 철수시키는 등 모든 군사지원을 사실상 중단해 군사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멩기스투 정권은 소련의 지원이 중단되자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서방국가와의 관계개선을 도모했으나 서방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날로 악화되는 경제사정과 반군의 대공세로 위기를 맞은 멩기스투 대통령이 사임했지만 그의 사임만으로 에티오피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설사 반군이 에티오피아를 장악한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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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멩기스투 정권이라는 공동의 적을 가지고 있지만 공동의 적을 상실할 경우 각기 자치를 주장하는 반군단체들간의 갈등과 대결이 악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멩기스투 대통령은 사임했지만 부족간의 대립과 반목이 심한 아프리카의 전형적인 정정불안이 에티오피아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이창순 기자>
1991-05-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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