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은 책임부터 느껴야(사설)

교수들은 책임부터 느껴야(사설)

입력 1991-05-04 00:00
수정 1991-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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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대학생의 치사와 그에 이은 분신­사망으로 해서 규탄시위와 항의 농성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의 사과로써 이 불행한 사태가 수습의 길로 들어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한 터이지만,이 와중에서 대학교수들까지 항의 농성하면서 「노 정권 퇴진」 등의 성명서를 내고 있는 사단에 대해서는 각별히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농성교수들은 「사랑하는 제자들」이 「정권의 희생」이 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그러나 교수들의 경우 시국문제의 단골 고객인 재야인사나,사망한 학생의 장례문제까지 가족의 뜻을 거스르며 판을 키우려드는 일부 성직자·학생들과는 입장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교수는 제자를 가르치고 선도해야 하는 입장의 사람들이다. 따라서 정치권 못지 않게 불행한 사태에 이른 책임부터 먼저 통감해야 한다. 치사의 발단이 무엇이었던가. 학내문제가 아니었던가. 그같은 학내문제 하나 제대로 수습해 내지 못함으로 해서 교문 밖으로 분통을 몰고 나오게 한 책임은 누구의 것인가. 이와 유사한 학내문제를 안고 있는 여타 대학을 포함하여 농성하는 교수들이 과연 얼마만큼 자율권 등 대학이 안고 있는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방향으로 구실했는지를 묻고자 한다.

치사사건 그 자체는 입이 열개가 있어도 변명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학의 교수들이라면 이런 불행한 사태가 어떤 정권 차원의 시점에서 돌출했다고만 볼 수 없는 측면을 인정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치관·도덕성의 붕괴와 그에 따르는 생명경시현상은 국민 모두의 입장에서 성찰해봐야 할 사항이겠기 때문이다.

그런 근원적인 문제를 두고 평소에 「사랑하는」 제자들과 얼마나 가슴을 열고 대화를 나누었던가. 눈물어린 애정을 교환했던가. 그런 터에 불행한 사건이 나자 일부 정치세력과 다를 바 없이 「정권 퇴진」이나 외치며 농성하는 것은 결코 지식인답다 하기 어려운 시류에의 영합이라는 인상을 줄 뿐이다. 산업화와 부의 축적과정에서 잃게된 도덕성이나 허물어진 가치관이 어느 정권의 퇴진으로서 갑자기 요순시대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함은 오산이다. 또 선거로써 이룩한 정권을 두고 큰 사건이 날때마다 물러나라 하기로 든다면 어찌 되겠는가에 대해서도 지식인이라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마치 어느 쪽의 눈치라도 보는 듯이 항의 농성을 벌이는 일은 사태의 바람직스러운 수습방향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제자들」의 가슴에 기름과 불을 함께 붓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올바른 해결·대처방안과 올바른 선후책을 위한 지식인의 자세가 어떤 것이어야 하겠는가를 깊이 생각해야 할 때다. 소리를 높이고 분통을 터뜨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 근원문제에 대한 접근이 요청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2일에 있었던 서울 시내 17개 종합대학 총장 회의에 주목하게 된다. 그들은 교육자로서의 뼈아픈 자성을 선언했다. 자해행위의 중지를 촉구한 그들은 대학사회의 시위문화가 평화로운 것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것이다. 이번 일련의 사태는 우리 모두가 함께 성찰하면서 한 단계 성숙한 시위문화를 찾는 계기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책임이 막중한 것은 틀림없지만 정치권이나 대학,그리고 국민 모두가 불행한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는 교훈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교수들은 사후약방문으로 농성이나 하면서 남 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참다운 지식인의 길과 제자 사랑의 길을 평소에 진실과 애정과 실천으로 걸어줄 것을 당부한다.
1991-05-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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