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전략무기」로 쓴 펜타곤

언론을 「전략무기」로 쓴 펜타곤

곽태헌 기자 기자
입력 1991-03-02 00:00
수정 199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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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륙작전” 흘려 후세인오판 유도/반전여론 막게 엄격한 보도통제

걸프전이 개전 6주만에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압승으로 끝을 맺게 된 주요 이유중 하나는 미국이 언론을 「주요무기」로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국적군은 이라크군에 탱크 병력 등의 경우 수적인 면에서 1대 2의 열세를 보였지만 전략상의 우월 및 각종 최신예무기,첨단기술로 이라크군을 궤멸시킬수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언론들도 「본의 아니게」 첨단무기 이상의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미 정부관리들은 베트남전 당시 병사들의 참혹한 모습이 안방에 중계되면서 국내여론이 반전으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고 이번의 걸프전에서는 처음부터 엄격한 언론수칙을 제정,적극적인 언론통제를 했다.

한국전때는 보도제한이 없었으며 베트남전때는 간단히 두차례 보도제한이 실시됐을 뿐이었다.

미 국방부의 취재보도제한으로 기자들은 리야드와 워싱턴에서 선심쓰듯이 뒤늦게 조금씩 나오는 전황발표내용과 군지휘관들과의 인터뷰에 걸프전의 정보를 대부분의존해야만 했다.

미군 관계자들은 언론의 보도제한으로 개전초부터 언론과 마찰을 보였지만,미 정부는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에 대한 작전으로 언론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슈워츠코프 걸프주둔 미군총사령관도 지난 27일 최종 전황브리핑에서 언론에 고마움을 밝힐 정도였다.

슈워츠코프 사령관은 부시 미 대통령의 휴전발표를 수시간 앞두고 가진 전황브리핑에서 『미군은 기만전술의 일환으로 걸프해안에서 해병대의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해병대가 상륙작전을 실시할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를 보고 만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은 이라크군이 주력부대를 쿠웨이트 해안지대에 투입하도록 하기 위해 이러한 훈련을 했던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전쟁중 미군 대변인들의 전과에 대한 브리핑은 수시로 모순되고 혼돈스런 숫자를 보여주기도 했다.

체니국방장관은 지난달 4일 『이라크해군은 무력화됐다』고 밝혔으나 그 다음날 사우디정부는 이라크함정과의 충돌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탱크와 지상에 있는 이라크 전투기의 파괴된 수도 처음 발표한 것보다 그뒤의 발표내용이 오히려 줄어드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슈워츠코프 사령관은 걸프전 발발 30여일이 지난 지난달 19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라크군 탱크는 하루에 평균 1백대가 파괴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미군 대변인은 그 당시 1천7백대의 탱크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피트 윌리엄스 미 국방부대변인은 이러한 모순된 발표와 관련,『전투시에 일관된 정보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미군은 언론이 아닌 후세인을 속이려고 했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어쨌든 미군은 철저한 언론통제로 이라크군을 기만해 걸프전을 성공적으로 끝냈지만 걸프전의 종식과 함께 신뢰성의 문제로 또 한차례 언론과 「전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곽태헌기자>
1991-03-0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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