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자정 몸부림”/우득정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정치권의 “자정 몸부림”/우득정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1991-02-21 00:00
수정 1991-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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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외유 사건과 수서파문으로 헌정사상 유례없이 8명의 국회의원이 무더기로 구속되는 참상을 맞은 정치권은 그 어느때보다 자정과 자숙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야 할것없이 비극의 발단은 혼탁한 정치풍토 및 불합리한 선거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제도개선과 함께 돈을 요구하는 타락된 분위기가 일신돼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정국운영을 책임진 민자당은 당정개편에 이은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담화문 발표에 발맞추어 「청정정치의 개막」을 선언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당내 특위구성 등 후속조치 강구에 골몰하고 있다.

돈 안드는 정치를 하려면 현행 국회의원 선거법부터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는가 하면 지난 임시국회에서 정치권 자정조치의 일환으로 국민앞에 제시했던 국회의원 윤리헌장도 보다 「강도 높은」내용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처방도 제시되고 있다.

금품스캔들의 회오리에 휩싸여 정치권 전체가 마치 부패의 온상인양 백안시 당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정치권이 이같은 인식을 갖고 나름대로의 활로를 모색하는것은 당연한 일일는지도 모른다. 또 정치인의 부패를 탓하기에 앞서 구조적으로 타락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있는 선거제도와 정치자금 배분방식,그리고 유권자의 잘못된 선거 의식을 들추어내는 정치권의 향변도 「현실적인」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을 회생키 어려운 나락으로 몰고 가고 있는 여론의 분노는 오랜세월 동안 누적된 정치권의 정치 도덕적인 불감증,빠른 망각과 「야누스」적인 대응방식 때문에 기인된 것이 아닌가 싶다.

뇌물외유의 폭풍이 몰아치던 지난 임시국회에서도 그처럼 자정의 목소리를 드높였던 정치권이 윤리헌장 제정문제에 있어서는 막상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결과가 된다는 사실때문에 지루하게 계속된 말다툼에 태산명동 서일필격으로 아무런 구속력없는 면죄부 한장만 던져놓고 「근엄한」 표정으로 국회를 나서는 모습을 국민들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이처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의 「철면피한」 정치권의 행동양태를 너무도 자주 목격했기 때문에 정치권의 요란한 몸짓에도 불구하고 채찍질이 사그러들지 않는 듯하다.

소 잃고 나서라도 외양간은 고쳐야겠지만 여론은 형식적인 외양간의 견적서나 설계도 보다는 땀흘려가며 허물어진 외양간을 고쳐나가는 정치인의 참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1991-02-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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