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급 자격증」딴 인문계여고 출신 김경미양

「2급 자격증」딴 인문계여고 출신 김경미양

박현갑 기자 기자
입력 1991-02-11 00:00
수정 1991-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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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정비가 즐거운 「소녀기능사」/고3때 직업학교로 진로 바꿔/작업복 입고 엔진정비 “구슬땀”/“대학진학한 친구 부럽지 않아요”

『이제는 대학에 들어간 친구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아요』

기름때가 잔뜩 묻은 작업복 차림에 낡은 장갑을 끼고 자동차엔진을 손보고 있던 「소녀기능인」 김경미양(18)은 『기계정비가 적성에 알맞은 것 같습니다. 일하는게 너무너무 즐겁습니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인문계고교인 서울 혜성여고에 다니며 대학 입학시험준비를 하던 김양이 자동차정비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부터.

2학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어느날 담임선생으로부터 직업학교에 대해 설명을 듣고 김양은 곧 마음을 굳혔다.

자수와 미용 등 여자에게 어울리는 과목도 있었지만 김양은 1지망에 자동차정비과를,2지망에 전자과를 각각 써넣었다.

처음 아현직업학교 자동차정비과에 입학했을 때 정원 2백70명 가운데 여학생은 자신을 포함해 2명 뿐이었다.

교육이 거의 끝나가던 지난해 가을 김양은 자동차정비기능사 2급 시험에 응시해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직업학교 졸업생들이 성실한데다 일도 잘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취업추천서가 몰려들기 시작했고,남학생들은 여기저기 취직이 돼 거의다 떠나갔으나 학교에서 추천한 첫 일터에 찾아갔던 김양은 여자라는 이유로 발길을 돌려야하는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김양이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태봉카하우스라는 승용차량전문 정비공장이다.

아직은 수습사원이라 타이어공기압체크,엔진오일교환,부동액,냉각수,브레이크액점검 등 일상점검을 주로 하며 어려운 엔진정비 등은 선배들로부터 배우고 있다.

이 회사 김남준이사(40)는 『처음에는 여자라 채용을 망설였으나 김양이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인데다 손재주가 비상해 단골손님이 크게 늘어 회사에서 보배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양은 지난 8일 고교졸업식에 참석했다. 전에는 「공부잘하는 얘들」하고 마주치기도 싫었던 김양은 이제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또 대학입시에 실패한 친구들이 자신을 진심으로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박현갑기자>
1991-02-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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