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업무용 땅 못판다” 버티기 작전

“비업무용 땅 못판다” 버티기 작전

권혁찬 기자 기자
입력 1991-02-06 00:00
수정 1991-02-06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처분시한 한달 앞둔 재벌들의 움직임/“제재부담 없다”… 「제2 롯데월드」 강행/현대·대성·한진서도 규제 외면… “기존계획 밀고 보자”

정부의 비업무용부동산 매각조치에 일부 재벌들이 매각불응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파장이 재계전체로 파급되는 양상이다.

정부의 5·8부동산대책에 따른 재벌기업의 비업무용부동산 매각시한(3월4일)이 불과 한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재벌들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매각실적이 지난해말 현재 매각대상부동산 5천7백44만평 가운데 18.3%인 1천50만평에 그치고 있다.

현대그룹이 주거래은행의 매각 촉구를 무사한채 몇년째 남양만 매립지를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최근에는 롯데그룹이 비업무용으로 판정난 잠실의 제2 롯데월드부지를 팔지않고 당초계획대로 건축물을 팔지않고 당초계획대로 건축물을 건립하겠다고 서울시에 재심을 요청하고 나섰다. 또 한진그룹도 직간접적으로 제동흥산목장이 불매의사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이미 법인분리를 통해 법인세법상 업무용 기준을 충족시켰고 대성탄좌개발도 탄광부문을 계열사에 넘김으로써 업무용 기준을 맞춘 것으로 알려져 재벌들이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비업무용부동산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다.

관계당국의 매각독촉에도 불구하고 연체이자 등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버티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현대그룹의 남양만 매립지다.

현대측은 지난 84년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으로부터 비업무용 판정을 받아 매각독촉을 받아왔으나 매각은 커녕 매립지에 자동차 주행시험장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감독원이나 주거래은행은 현대측이 당초 이 부지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울산에 25만평에 달하는 자동차 주행시험장을 사들였기 때문에 매각방침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나 현대측은 부동산가액(65억원)에 해당하는 대출금에 대해 연체이자 19%를 계속 무는 한이 있더라도 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 지난해말 은행감독원으로부터 제2 롯데월드 부지를 비업무용으로 판정받았으나 매각불응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계획대로 해양수족관과 33층짜리 호텔 등 대규모 위락시설을 건립하겠다며 최근 서울시에 건축재 심의를 요청했다.

롯데측은 8백19억원에 사들인 이땅을 팔 경우 양도소득세만도 1천억원(시가 4천억원 상당)에 달하는데다 거액이 소요되는 이땅을 살만한 상대자도 없어 당초계획을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매각하지 않더라도 그에따른 제재조치가 별부담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체판단에 근거하고 있는 듯하다.

여신관리 규정은 기업이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비업무용부동산가액(공시시가기준)에 해당하는 기업 대출금에 대해 연19%의 연체이자를 물리고 지급보증에 대해서도 지급보증 최고율인 1백50%를 적용하는 등 제재를 내리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제2 롯데월드의 실소유자인 롯데물산과 롯데쇼핑,호테롯데의 은행여신이 얼마되지 않아 이같은 금융상의 불이익조치도 별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 금융계의 분석이다.

한진그룹의 제동흥산 역시 국세청의 비업무용 판정이 있고난뒤 제동흥산의 생수와 활석광산사업부문을떼어내 제주생수와 평해광업이라는 신설법인을 만들어 법인세법상 업무용 기준을 충족시킴으로 써 매각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70년대 정부의 축산진흥정책에 부응,목장을 운영해왔는데 목장 수입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비업무용으로 판정한 것은 무리라며 강한 반발을 보였었다.

또 경북 문경군 일대에 2천3백65만평의 조림지를 갖고있는 대성탄좌 개발도 탄광업을 계열사로 넘겨 업무용 기준을 충족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성측도 60∼70년대에 정부가 산림녹화를 명목으로 반강제로 떠맡긴 땅인데 부동산투기로 몰아붙이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재벌들이 정부의 5.8 부동산대책에 이의를 달고 매각해야할 땅들을 처분하지 않은채 불이익 감수와 법인분리 등의 방법을 통해 매각불응의사를 밝히고 나섬에 따라 정부의 정책효과도 반감되고 있다.

이에따라 현행 여신관리규정상의 제재조치가 미흡하다는 여론과 함께 정부의 부동산정책 또한 일관성을 지녀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규정으로도 기업이 비업무용 부동산의 매각에 불응할 경우 여신전면중단 등의 강도높은 제재를 내릴 수는 있다. 그러나 이제껏 부동산을 팔지않았다고 해서 기업에 여신중단조치가 내려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권혁찬기자>
1991-02-06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