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1-02-06 00:00
수정 1991-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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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광범한 대중을 교양하는데서 가장 중요한 선전수단입니다」 김일성의 영화제작에 대한 교시이다. 이 교시가 시사하듯 북한의 영화는 문화예술이 아니라 이념투쟁의 도구이며 선전선동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혁명적 낙관주의」와 「집단적 영웅주의」를 기둥줄거리로 삼는 북한의 영화를 소재별로 나누어보면 김일성 부자우상화,주민노역선동,당정책 및 체제찬양,대한·대미비방 등등. ◆이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역시 김부자 우상화를 소재로 한 영화. 연간 총 제작편수의 40%에 이른다. 결국 북한영화는 주민사상교육을 위한 교과서역할을 맡고 있는 셈인데 이 때문에 북한주민들은 연간 25편 이상을 의무적으로 관람해야 한다. 이처럼 체제에 따라 영화에 대한 개념이 판이한데도 북한이 TV를 통해 일본 영화를 방영했다는 것은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20일 저녁 평양 만수대 TV를 통해 「설녀에 대한 이야기」라는 일본영화를 1시간 17분동안 방영했다고 한다. 영화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쪽 체제의 눈으로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무리 순수한 예술영화라고 해도 북한의 입장에서는 마땅히 매도되어야할 자본주의 영화니까…. ◆그런데도 자본주의의 독소가 득실거리는 일본영화를 과감하게(?) 방영한 의도는 어디에 있을까.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일수교 1차 본회담을 불과 10일 앞둔 시점에서 일본영화를 TV로 방영한 것은 일본과의 수교 필요성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하고 「빈사상태에 놓인 북한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민족자존심마저 외면한 김일성의 고육지책」으로 풀이했다고 한다. 올바른 풀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일본과 수교한지 2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일본영화의 상륙을 금하고 있다. 민족감정상의 문제도 있지만 이에따른 수많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 북한이 민족의 자존심마저 내팽개친채 대일수교에 집착하는 절박한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분별없이 허둥대는 모습이 가련하게만 느껴진다.

1991-02-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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