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오락물 반대세계연합(ICAVE)」이라는 국제기구가 있다. 다연발 레이저 광선총·무적의 변신로봇·인조인간·람보·공중폭격대 등 어린이용 무기류 장난감과 또 이들을 주인공으로한 만화·TV만화영화·전자오락 프로그램들을 세계로부터 추방하자는 운동연합체이다. 규모도 자못 커서 28개국 4백여 단체가 가입돼 있다. ◆이 연합이 간행한 87년도 세계보고서를 보면 최근 5년간 각종 무기전쟁류 장난감의 증가량은 7백%에 달해 있고 미국에서의 매출액만도 1억2천만달러라는 자료가 있다. 이들의 실제 영향을 조사하는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 연합이 일리노이주 5∼10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대표적 폭력프로그램 「캡틴파워」를 시청하고 온 다음날 조사의 결과는 놀랍다. 학교 운동장에서 공격적인 싸움이 일어나는 횟수가 80%나 증가되었다. 반비례해서 협동적인 놀이는 줄어들었다. ◆하이테크 전자무기의 실험장이 된 걸프전은 또다른 측면에서 난처한 증상을 만들고 있다. 그렇잖아도 친숙해 있던 무기장난감들과 전자오락 전쟁게임이 TV화면을 통해 현실화되자,이 현실 자체가 마치 게임처럼 수용되고 있다는 문제가 인식되기 시작했다. 엄청난 위험이 따르는 전쟁이 뉴스속에서 마치 어린이들의 비디오게임처럼 묘사되고 있다는 미군부의 불만은 특히 인상적이다. ◆우리에게도 증상은 있다. 어린이 전쟁놀이 장난감이 갑자기 더 잘 팔리고 있다. 헬리콥터가 시가전을 벌이는 「슈퍼 선더 블레이드」 같은 전자오락 프로그램 역시 수요가 늘고 있다. 전자오락 프로그램은 이미 우리에게서도 미국과 동시에 공급되는 구조에 있고,이제는 개인가정이 소유하고 있는 전자오락기만도 30만대를 넘어서 있다. ◆걸프전이 전쟁오락적 재미로 전이되고 이 재미가 다시 어린이들의 폭력과 파괴심리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는,20세기 어느 대전보다도 걸프전만이 가진 어려운 특성이 될것이다. 생각해 볼 일들이 너무 많다.
1991-01-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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