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위기와 시민의 지혜(사설)

페만위기와 시민의 지혜(사설)

입력 1991-01-16 00:00
수정 1991-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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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만에서의 전쟁위기가 초미에 닿아 있다. 지구반대편 아득한 저쪽 사막땅에서 남의 나라끼리 분쟁을 벌이는,우리와는 관계없는 전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의 세계는 그렇지가 않다. 시시각각의 변화가 우리에게 닥쳐온다.

우선 우리는 이미 군의료진 선발대를 이 전장에 보내어 15일 상오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곧 다치는 사람이 생길 것이고 그것을 치료해야 한다. 야전병원은 전선과 거의 같다. 우리의 귀한 육친들이 거기 파견되어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빠져나오지 못한 교민 및 동포 수십명이 아직도 이라크에 남아 있다. 우리가 이 위험한 전쟁을 몰라라하고 외면하지 못할 처지임은 명백하다.

이 전쟁은 또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우리를 최악의 위기상황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석유수급이 막혀 우리가 겪었던 어떤 경우보다도 불행한 사태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오일쇼크는 지난날에도 그랬듯이 오일 그 자체로서도 심각한 문제를 만들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세계 전체를 불황의늪속으로 침잠시킨다는 점에 있다. 우리나라처럼 수출에 의존해서만 생존이 유지되는 경제체제의 나라로서는 말할 수 없는 타격을 입는다.

그렇지않아도 91년의 경제상황은 개방압력의 외풍과 생산여건의 악화에 의한 내압이 겹쳐 다른 조건들이 순조롭더라도 힘든 형편에 있는데 사막의 전쟁모래바람에 휩쓸릴 운영에 있는 우리로서는 난감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사치와 과소비가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한심스럽고 서글프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페르시아만 사태가 전쟁상황으로 돌입되는 것에 대비하여 단계적인 대응책을 개발해 놓고 있는 당국의 계획을 보면 에너지의 경우 배급제가 되는 단계까지 상정하고 있다. 이런 대응책은 도상에서와 실시되었을 때의 사이에 굉장히 큰 간격이 있게 마련이다.

도상작전일 경우에는 사람들이 현명하고 협조적으로 호응해올 경우를 전제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시민이란 예측을 불허하는 감성적인 집단이다. 비상식량에 화장지까지 사재기를 해가며 이기심의 본능을 발휘하는 집단 히스테리로 공황의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사태가 악화하여 수습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사태 그 자체 때문인 경우가 드물다. 항상 우중의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때문에 생긴 혼란이 원인이 되어 최악의 사태는 벌어진다. 그러므로 도상의 계획이 완벽하고 당국의 의지나 대응책이 충분히 마련된다 하더라도 시민이 따라주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지금은 시민 모두가 현명하게 발등에 떨어지려하는 불을 응시하고 떨어져 번지기 전에 불씨를 죽여 꺼야 하는 시기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껏 몸을 작게하여 좁아진 통로를 벗어나야 한다. 몸을 작게 한다는 것은 긴축하고 절약하고 낭비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에너지 비축분이 적고 경제적 자생력이 믿을만하지 못한 나라다. 그러므로 어느나라보다 국민의 현명성이 필요한 나라다. 시민이 똘똘 뭉쳐 허튼 것에는 한방울의 에너지도 낭비하지 말고 서로 격려하고 협조하며 함께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이 수렁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합심하여 기도드리는 마음으로 평화를 발원하며 닥쳐올 시련을 극복하는데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1991-01-1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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