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일 문화 역류」/나윤도 문화부기자(오늘의 눈)

우려되는 「일 문화 역류」/나윤도 문화부기자(오늘의 눈)

나윤도 기자 기자
입력 1991-01-10 00:00
수정 1991-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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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후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한일 양국이 문화통신사를 연례적으로 교환키로 합의함에 따라 「한일 신시대」가 개막된다. 그러나 선뜻 기자의 가슴에 와닿는 것은 이 문제가 자존의 문화교류로 성사되어야 할텐데 그렇지 못하지 않을까하는 기우같은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시대의 동반자로 한일간의 다각적 협조 관계수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화통신사 교환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문화교류를 통한 기본적인 문화인식은 상호이해의 틀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통신사의 교환은 우리측에서 먼저 1백여명의 각계각층 인사로 구성된 「한국 문화통신사」를 오는 11월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 문화통신사들은 도쿄에서 공연단·재일 한국인과 도쿄 시민들이 함께 하는 대대적인 「한국민속잔치」를 열 계획이다. 이밖에 여러도시를 방문,학술심포지엄·각종 전시회·한국영화상영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도록 되어있다.

일본측에서는 92년 하반기에 비슷한 규모의 「일본 문화통신사」와 공연단을 우리나라에 파견,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도시에서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신중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상호교류에 따른 손익계산이다. 호혜평등원칙이라는 미명아래 그러지않아도 역류현상을 보이고 있는 일본문화가 일방적으로 흘러들어오도록 물꼬를 더 넓게 터주는 결과를 빚지않을까 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도 엄청난 물량의 일본문화가 우리 주위를 넘실거리며 틈만 보이면 새 들어오고 있지 않은가.

이번 문화통신사 교류계획을 보고 임란이후 일본에 파견했던 조선통신사를 돌이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 당시 우리 통신사들은 조선의 선진문화를 일본에 이식시켰다. 그래서 조선통신사들이 현해탄을 건너 에도(강호)로 가는 길은 어디나 환영인파로 넘쳤다. 숙소에는 이들 조선의 명사들과 시문을 교환하고 묵필 서화 전적 등을 얻어가기 위해 고을 유지들이 밤새 몰려들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아무튼 이번 한일 문화교류 계획에 따른 문화통신사 교환과 한일 합작영화 허용 등은 일본문화의 합법적인 국내유입을 허용하는 셈이다. 그속에 묻어들어오게될 저질 퇴폐 대중문화도 걱정이 되지만,그로인해 한국혼까지 빼앗겨 문화의 종속화가 이루어지는 일은 없어야할 것이다.
1991-01-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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