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못면한 예산국회(사설)

졸속 못면한 예산국회(사설)

입력 1990-12-19 00:00
수정 1990-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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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가 91년도 정부예산안과 각종 법안을 처리하고 폐회했다. 지자제법 문제로 70여 일 간 공전을 거듭했던 국회가 폐회시한 한달을 남겨 놓고 정상화,예산안과 68건의 법률안을 처리한 것은 그런대로 다행한 일이다. 이번 국회가 정치의 분권화와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 불가결한 지방자치법과 지방의회선거법 개정안 및 자치단체장선거법안 등 지자제관련법을 통과시킨 점은 특기할 만하다.

이번 국회의 다른 한 가지 특기사항은 회기초반의 공전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이 여야가 극한적 대립을 하거나 야당이 예산안을 정치문제와 끝까지 연계시키지 않은 점이다. 초기의 파행적 국회운영으로 정기국회의 제일의적 의제인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했는데도 폐회시한 안에 심의를 끝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국회가 비록 종반에 들어서 파행운영을 불식한 뒤 각종 안건을 처리하기는 했지만 총체적 관점에서 볼 때는 실보다는 허가 많은 국회였다는 평가를 받지 않을 수 없다. 정기국회의 제1의제는 예산심의이다. 이 예산안이 얼마나 밀도있게 심의되고 처리되느냐가 정기국회를 평가하는 관건이 된다.

이번 국회에서 예산안이 졸속처리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를 못 할 것이다. 우리는 그 점을 우려한 바 있다. 내년도 예산안은 과거 어느 해보다도 팽창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래서 국회가 대규모 세출삭감을 통해서 팽창성을 시정해줄 것을 많은 국민들은 바랐다. 그러나 결과는 전년도의 예산안 삭감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는 22조 규모의 예산안에서 3천3백60억원의 세출예산을 삭감한 데 반해 올해는 27조 규모의 예산안에서 2천27억원의 삭감에 그치고 있다. 이는 여야가 내년도 지방자치단체선거를 의식하여 일부 비목의 세출예산을 증액처리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바꿔 말해 우리 국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구 선심공세적 세출증액관습이 올해도 시정되지를 않고 있다.

세출예산 심의가 시한에 쫓기어 졸속처리되었을 뿐 아니라 세입예산과 각종 세법처리도 형식에 그친 인상을 받는다. 정부는 그 동안 세수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추계해왔고 이로 인해최근에는 3조원대의 세계잉여금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잉여금이 이처럼 막대한 규모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국회가 세입예산 심의를 소홀히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이를 시정키 위한 노력과 제도적 검토를 전혀 하지 않았다. 세입예산 심의가 졸속처리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세입예산의 토대가 되는 각종 세법 또한 충분한 토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교육세의 폐지에 따라 대폭적인 세제개편이 불가피했기 때문에 국회의 이번 세법심의에 국민들은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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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우리 세제는 간접세에 대한 세수의존도가 높고 직접세 가운데는 원천징수되는 근로소득세의 연례적인 과다징수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회의 예산안과 세법의 연례적인 졸속처리를 막기 위해서 국회 예결위의 상설화와 의회내에 예산조사기구 설치 등 제도적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므로 국회는 앞으로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1990-12-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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