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0-12-15 00:00
수정 1990-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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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날 시골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올 때에는 노자로 쓸 피륙이나 엽전을 품고,지고 몇날 며칠을 걷거나 말을 타고 한양을 찾아와야 했다. 그러자면 서둘러 오느라고 밤길을 도와 험한 산고개도 넘고 지름길을 찾아 길 없는 길을 더듬어 와야 했다. 그럴 때면 깊은 산에 진을 치고 도적놀이를 하는 산적에게 걸려 노자를 몽땅 털리기도 하고 여우에 홀려 산속을 헤매다 골짜기로 구르기도 했다고 한다. ◆옛날 이야기에나 나오는 이런 불상사가 번화한 도시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고입 연합고사를 보러 아침길을 재촉하던 중 3 수험생이 길에서 강도를 만나 실신하도록 얻어 맞고 시험도 못 쳤다. 겨우 15살짜리의 가진 돈이 1천원뿐인 소년에게서 돈을 뺏고도 모자라 실신시켜 시험보러도 못 가게 하는 이런 인종지말 같은 폭력이 언제까지 들끊을 것인지… ▲길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고사장인 교실에까지 10대 폭력배들이 쳐들어와 수험생을 패고 다음 시간에 또와서 협박을 했다고 한다. 그러는데도 학교측은 무얼하고 어른들은 뭘 했는지 모르겠다. 인솔교사·감독교사 주변 단속하는 관할 경찰이 얼마든지 있을 터인데 이것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젊은이들이 비행을 저지르는 것에 어른들이 숫제 겁을 먹는 분위기다. 슬슬 피하고,쉬쉬 쓸어덮고,모르는 척 외면하고…. 어른들의 이런 소극적이고 비겁한 행위가 못된 아이들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걸핏하면 교육제도나 욕하고 공권력 핑계나 대며 모든 기성체제에 손톱자국을 내는 일에는 용감하면서 아이들 따끔히 나무라고,날뛰는 아이들 다부지게 붙잡아 혼찌검을 내지는 못한다. ◆그러니까 모든 폭력배 범법자들이 기고만장이다. 시교위라는 데서는 그걸 「쉬쉬」했다고 한다. 용렬한 짓이다. 모든 어른들의 이런 무책임한 미망이 아이들을 모두 망치고 있다. 대입고사날도 멀지 않았는데 새로운 걱정거리가 늘어 초초한 수험생을 더 불안하게 하고 있다.

1990-12-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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