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0-11-30 00:00
수정 1990-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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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은 사람이 훌륭한가. 권세 높은 사람이 훌륭한가. 그들이 훌륭하지 않은 바는 아니로되 훌륭함의 기준은 사람다운 사람 쪽에 두는 것이 옳다. 사람다운 사람에게서는 영혼의 향내가 난다. 그 향내는 혼탁해진 사회의 빛이 된다. 소금이 된다.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 하많은 세상을 지금 우리는 살고 있다. 도둑질하고 거짓말하고 능갈치고 모함하고 찌르고 죽이고 하는 경우만이 사람 같잖은 사람인 것은 아니다. 자기만 알고 제 욕심만 앞세우면서 예절과 질서의식을 잃고 자비와 박애의 마음을 잃어가는 사람도 생각하자면 그 축이다. 그러고 보면 돈 많은 사람,권세 높은 사람 중에도 그 축에 끼일 사람은 있을 듯싶다. 아니,많을 듯도 싶다. ◆익명이라는 베일이 어렵게 벗겨져 알려진 76세의 이복순 할머니.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만드는 이름이다. 사람다운 사람 중의 훌륭한 사람이다. 충남대에 50억에 이르는 땅을 기증하고도 정체를 감추었던 사람. 그래서 독지 그 자체보다는 자선의 참모습이라는 아름다운 덕목이 더욱 빛났던 우리 시대의 사표. 39세에 홀몸으로 되어 도시락 팔아 돈을 모은 「또순이 아줌마」 「김밥 할머니」였다. ◆그는 글을 많이 배운 사람도 아니다. 거창한 입 놀림으로 애국애족을 외친 사람도 아니다. 자선과 인류애를 소리높여 설교를 한 사람 또한 아니다. 사시사철 통바지 차림으로 김밥을 팔았던 사람. 50억대 땅에는 피눈물이 배어 있는 것이리라. 그 땅에는 수많은 수모가 묻혀 있다. 욕망의 자제가 묻혀 있다. 그러기에 더욱더 애착이 가는 재산이었다고도 할 것이다. 그것을 내놓았다. 이렇게 값지고 품격 높은 만년이 달리 또 얼마나 있다 하겠는가. ◆충남대에서는 그 돈으로 국제회관을 짓고 해마다 40명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한다. 그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은 먼저 「김밥 할머니」의 심성부터 체득해야 할 듯싶다. 노환으로 입원해 있다는 이 할머니가 어서 툭툭 털고 일어나게 되기를 빈다.

1990-11-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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