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의 전쟁과 평화(사설)

페만의 전쟁과 평화(사설)

입력 1990-10-28 00:00
수정 1990-10-2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전쟁은 때때로 평화가 더이상 가능하지 않을 때 일어난다. 전쟁은 분쟁해결의 최후수단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페르시아만에 과연 평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전쟁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견해가 적지 않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평화노력이 그 이상 먹혀들지 않는 상태이므로 군사력에 의존할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주둔하고 있는 약 20만 병력에 20만명을 증파할 것이라는 보도는 끝내 페르시아만사태가 전쟁을 몰고 올지 모른다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전쟁불가피론자들은 서방측의 평화적 해결노력은 물론 유엔의 결의까지 무시하는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상대로 무슨 말을 더 하겠느냐는 데 그들의 주장을 근거하고 있다. 미국의 강경론자들은 『우리의 젊은이들을 언제까지 사막에 묶어둘 것인가』 『부끄러운 타협으로 이번 사태를 마감할 경우 후세인의 침략행위는 정당화될 것이며 그를 중동의 최강자로 인정하는 꼴』이라며 이번 기회에 그를 제거해 화근을 뽑아야 한다고 말하고있다.

우리는 이들의 주장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전쟁이 몰고 올 엄청난 재앙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반도의 전쟁을 겪은 우리는 그 참화의 현장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전쟁은 군사적인 면에서 엄청난 인명피해를 수반하게 마련이다. 전후 최대의 국지전이었던 베트남전에서만 미국은 수십만명의 사상자를 낸 경험이 있다. 그때와는 달리 페르시아만에서 전쟁이 난다면 화학전을 비롯한 최신예 무기의 등장으로 군인은 말할 것도 없고 민간인들의 피해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전비도 천문학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후세인은 이 전쟁을 결코 이라크내에 한정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말대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라크 공격을 위해 요르단을 칠 것이다. 결국 중동 전역이 전화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중동평화의 정치적인 파국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이 전쟁이 이라크와 쿠웨이트 및 인접국의 유전들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해 석유값의 폭등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세계경제의 대혼란을 말하는 것이다.

때문에 전쟁론에 앞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라크를 쿠웨이트에서 철수시키는 방안을 서방측이 다각적으로 재삼 모색하기를 우리는 희망하는 것이다. 유엔이 이미 결의한 바 있는 봉쇄조처의 강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바그다드 등에서 전해지는 여러 징후들은 경제제재조치가 점차 효력을 발휘하고 있을 것이다. 이라크는 원유수출의 98%를 차단당하고 있으며 95% 이상의 수입을 봉쇄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라크의 식량ㆍ석유배급제는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산업부품과 장비부족 및 숙련된 노동력 고갈 등의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후세인의 힘이 날로 약화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힘의 쇠약은 결국 타협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전쟁은 그다음 차례다. 그것도 유엔이 후세인으로 하여금 모든 유엔 결의를 이행하도록 최후 시한 통첩을 낸 뒤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 뒤의 모든 결과는 후세인의 책임질 일인 것이다. 탈냉전 이후 국제협력의 첫 시험케이스는 그렇게 마무리짓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1990-10-28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