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도는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이것은 더블린 연극제에 참가한 한국극단 산울림이 그곳서 공연한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고 비평한 표제의 하나다. 아이리시 타임즈를 비롯한 6개의 신문이 일제히 표지에 보도를 했다. 신문 4분의1 크기의 사진과 함께 『언어의 장벽은 필요 없었다』라는 표제를 단 신문도 있었다. ◆더블린은 「고도를 기다리며」의 도시다. 작가 사뮈엘 베케트가 이 도시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도를…」에 대한 비평이 가혹한 도시이기도 하다. 그런 도시에서 우리 극단 「산울림」의 「고도…」가 그처럼 호평을 받은 것은 여간 큰 성과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 「호평」만이 아니다. 그 도시의 6개 일간지가 연극제의 뉴스로 제1면 머리를 이렇게 당당히 장식한다는 점이 놀랍고 경탄스럽다. ◆그밖에도 이 도시가 가진 문화적 감각은 이 도시를 보석처럼 빛내고 있다. 문화예술의 향기로 전체 도시의 체취를 풍기고 있어서 한눈으로 시민의 삶과 질을 짐작하게 해준다. 문화 향수권이 국민의 행복권으로 지켜져야 한다는 이론이 우리에게서처럼 공허한 추상이 아니라 실존하고 있는 것이다. ◆10월은 문화의 달이고 20일은 문화의 날이다. 이렇게 날과 달을 정해서 강조하는 기회를 가져야 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적 시간이고 주소이다. 그렇긴 하지만 본고장 사람들이 『기다릴 가치가 있는』 「고도…」를 연출할 수도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이기도 하다. 충분한 자원을 매장한 채 꿰지 못한 구슬로 지니고 있는 것이 우리인 셈이다. ◆문화부를 출범시키고 처음 맞는 올해 문화의 달과 날은 우리의 묵은 기대까지를 모두 되살아나게 한다.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넘치도록 가득차서 미처 뒤따르기가 숨가쁜 초대 장관도 맞았다. 누가 뭐래도 문화인 장관이 지닌 그 풍부한 실력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신선하고 착실한 성과가 꼭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기다릴 가치가 있는 예감이….
1990-10-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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