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총력 통상외교”/정종석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아쉬운 “총력 통상외교”/정종석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정종석 기자 기자
입력 1990-09-14 00:00
수정 1990-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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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에서 12일(현지시간)끝난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APEC)회원국들의 우루과이라운드(UR)관련 통상장관회의에서 한국농민들의 격렬한 반발에 직면해 있는 농산물수입개방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라는 것은 박필수 상공부장관을 비롯한 한국대표단이 미리 예상한 일이다.

이 점을 우려,이번 한국대표단에는 박장관외에도 통상전문가인 김철수 특허청장,UR협상전담의 이상옥 주제네바대사 그리고 농림수산부에서 조규일 제2차관보가 포함됐다.

이틀동안의 공식회담기간중 한국은 당초 예상대로 농산물분야 토의에서 가장 큰 시련을 맞았다. 전면적인 수입개방을 주장하는 미국,캐나다,호주 등 농산물수출국은 농산물개방에 소극적인 한국과 일본을 마냥 몰아세웠고 특히 미국과 호주대표는 박장관에게 외교상 잘 사용하지 않는 「실망스럽다」(Disappointed)는 극단적인 용어까지 써가며 한국측에 개방압력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곤경을 겪은 사람은 물론 수석대표인 박장관 자신이다. 공교롭게도 한국대표단이 출국하던 지난 8일을 전후로국내에서는 농산물수입개방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라 벌어진 데 이어 금세기 최대의 대홍수로 농산물흉작이 뻔히 내다보이고 있는 마당에 수출국들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귀국후 그 뒷감당을 해내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박장관은 회의기간동안 이틀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대책마련에 골몰하는가 하면 회의폐막 직전에는 의장국인 캐나다 통상장관과의 전격적인 면담을 통해 한국처럼 식량을 수입하는 개도국의 어려움을 가능한 한 참작해 주는 내용을 회의요약문에 삽입,일단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밴쿠버회의에서 한국대표단의 대응은 같은 APEC회원국이면서도 미국이나 캐나다 또는 일본에 비해 뭔가 조직적이고 치밀한 면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계무역의 개방흐름에 맞장구를 쳐 온 상공부와 농민들의 민심수습을 위해 선별개방내지 개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농림수산부의 이율배반적인 부처성격,따지고 보면 농림수산부 일을 상공부가 나서서 대변해야 하는 통상장관회담의 구조적인 갈등과 이에 따른 상공부측의불만 등이 혼합돼 대표적인 박장관의 심사를 편치 못하게 했음직하다.

문제는 종료시한까지 두달 남짓밖에 안되는 앞으로의 UR협상 대처에 달려있다.

지난 85년 새로운 무역규범 설정을 위해 도쿄라운드에 이은 새 라운드 개시를 추진할때 서울에서 이를 발족시켜 「서울라운드」로 하기로 했다가 아시안게임 개최에 밀려 이를 우루과이에 넘겨줬던 아쉬움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대외통상관계도 이제 국가간의 힘에 의한 「힘의 논리」로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상공부는 물론 외무부ㆍ농림수산부 등 관련부처가 한몸으로 나서는 총력통상외교가 새삼 아쉽다.<밴쿠버에서>
1990-09-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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