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0-09-07 00:00
수정 1990-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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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부르는 호칭에는 호칭이상의 의미가 있다. 낮추기도 하고 높이기도 하며 친근감을 나타내기도 하고 경멸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칭을 둘러싸고 때로는 싸움도 벌어진다. ◆가령 「배비장전」에서의 애랑과 정비장을 보자. 이별하는 마당에서 갖은 아양으로 정비장을 우려먹는 애랑. 이빨까지 빼어 바칠 정도 아니던가. 처음에는 그 호칭이 「나으리」이다. 그 다음에는 「여보 나으리」. 그 다음에는 「여보 당신」이 된다. 「수호전」속의 요부 반금련도 그렇다. 호랑이 때려잡은 시동생 무송을 유혹하려면서 술자리를 마련,처음에는 법도대로 부르다가 나중에는 「여보 당신」해버린다. 호칭이라는 게 그렇게 무섭다. ◆우리와 중국의 경우를 보자. 지금의 중국이라는 표현은 몇해전까지의 중공을 가르킨다. 우리가 중공이라고 불렀을 때는 상당부분 적의와 격하가 있었다. 그랬기에 가까워지면서 중국이라 부른다. 상대적으로 자유중국은 격하되어 버렸고. 대만정부라고들 부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얼마전의 일본 신문을 보자니까일부 층에서 중국을 「지나」라 부르는 모양이었다. 강영선이란 화교가 멸칭이라며 울화를 터뜨리고 있었다. ◆이제 「강수석대표선생」과 「연총리」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강총리는 꼬박꼬박 연총리라 부르는데 「연수석대표선생」은 꼬박꼬박 강수석대표 혹은 강선생이라 부른다. 「두개의 조선」이 아니니까 「두개의 총리」가 있을 수 없다는 뜻인 듯하다. 말하자면 이쪽의 정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호칭법.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속의 어떤 단체를 이끄는 「수석대표선생」을 대한다는 의도적 정치색을 짙게 풍긴다. 대단히 불쾌하게 하는 대목이다. ◆「연수석대표선생」의 기조연설을 들으면서 「남조선인민」들이 처음에는 갸우뚱했다가 나중에 웃어버린 일­. 「반괄호」 「쌍괄호」 「삼각」따위 문장부호까지 읽는 것 때문이었다. 융통성 없고 틀에 박힌 남행길이었음은 그것 하나로도 드러난다. 다음에 만나서도 또 「강수석대표선생」이라 부를 것인지.

1990-09-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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