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0-09-05 00:00
수정 1990-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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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45년만에 서울서 열리는 남북 총리회담. 어제 북쪽손님들이 왔고 오늘 회담이 열린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한 시민은 『북쪽 손님들의 말쑥한 옷차림이 옛날과 달라 보이더라』고. 그들이 옛날과 같지 않은 자세로 이번 회담에 임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서 나온 인상이리라. 이번 회담을 맞으면서 동서분단을 꿰맨 독일인들의 협상지혜가 떠오르는 건 웬일일까. ◆며칠 전에 조인된 통독조약 가운데 가장 말썽이 많았던 대목가운데 하나는 낙태법. 서독은 반대,동독은 찬성. 그래서 몇개월간의 토의끝에 『이 문제를 당장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이는 2년안에 어떤 합의든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 그러나 우리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조문에는 쉽게 합의를 했다. 서독으로의 탈출자들이 잃어버렸거나 공산주의자들이 이들의 가족들로부터 빼앗은 동독내 부동산들에 대한 서독인들의 소유권주장을 허용한 것. 이 조항을 유심히 들여다 본 한 월남인사는 『우리도 통일이 되면 고향에 두고온 땅에 가서 농사를지을 수 있을까』하면서 긴 한숨을 뿌린다. ◆동서독의 통일조약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동독의 한 지식인은 『동독에 있는 모든 것이 다 무용하거나 바보스런 것은 아니다』라면서 동독의 법률이나 생활규범 가운데 살만한 것은 통일된 독일에서도 통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은 동독이 양보할 것은 하더라도 서독으로부터 양보받을 것은 받아내야 한다는 뜻. 협상이나 토의를 성공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양보의 미덕을 강조한 말이다. 통독조약에서 유예기간을 두고 조정키로 한 것의 대부분은 두 독일이 한발짝씩 물러선 것들. ◆서울회담에 올려놓을 예상의제들은 기본적으로 쌍방의 시각차가 큰 것들이라고. 그러면서도 양측은 태도여하에 따라서는 부분적인 합의가능성도 있는 것들이라는 얘기다. 단 한차례의 만남에서 큰덩어리의 열매가 나오리라고 기대하는 건 욕심치고도 지나친 것. 다시 만나지 않기로 합의하는 것만 빼고 무엇이든 합의했으면 하는 것도 지나친 바람일까.

1990-09-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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