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0-08-18 00:00
수정 1990-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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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언거인이라는 구절이 「논어」(위령공편)에 나온다. 사람이 하는 말만을 듣고 그 실제 행동을 보지 않은 채 사람을 등용해서는 안된다는 뜻. 선언을 하는 사람이라 하여 반드시 현인은 아니라는 데서이다. ◆범민족대회가 열린 연세대가 쓰레기장화했다는 후문이다. 그걸 치우느라고 2.5t트럭 10여대를 동원했다는 것이 아닌가. 거기 모인 사람들은 배울 만큼 배우고 알 만큼 아는 사람들. 그들이 내세운 「말」은 또 얼마나 선언이며 지언이었던가. 나라와 겨레를 생각하며 통일에의 열기를 불태웠던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쓰레기 하나 건사하지 못했던 「실제 행동」. 나라와 겨레 생각하기 전에 공중도덕부터 먼저 익히란 말을 해주고 싶다. ◆쓰레기와 범민족대회가 무슨 관계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거창한 명분의 모임인 만큼 그에 걸맞게 질서의식부터 갖추었어야 옳다. 그런데 행사내용은 차치하고라도 25t 쓰레기라니…. 기초적인 시민의식도 갖지 못한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할 때 외쳐댄 소리의 중량도 가벼워질밖에 없다. 그래서 「논어」(선진편)는 또 말한다. 『말의 독실성만 갖고는 군자인지 색장자(겉치레만 꾸미는 사람)인지 분간할 수 없다』고. ◆『떠나가는 새(조),뒤끝을 흐리지 않는다』. 일본 사람들이 곧잘 쓰는 속담이다. 짐승인 새도 제가 어질러 놓은 뒷수습을 하고 떠나는 법인데 하물며 사람일까보냐 하는 가르침. 아무리 좋은 모임이었다 해도 이건 ×누고 ×구멍 안닦은 찜찜함이 남는다. 그런 무질서가 벌인 일 또한 무질서의 확산 아니겠느냐는 「오해」의 소지도 남기게 되고. 여의도 광장에서의 대규모 종교집회 뒤끝과 같이,질서가 존중된 것이었을 때 대내·대외적으로도 진지성·엄숙성이 부각되는 것 아니었을는지. ◆유난히 더웠던 여름은 유난히 쓰레기 걱정을 많이 해야 했던 여름이기도 하다. 쓰레기를 잘 다스려야겠다. 우리 모두의 쓰레기같지 않은 삶을 위하여.

1990-08-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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