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꼭지」 소송의 교훈(사설)

「우산꼭지」 소송의 교훈(사설)

입력 1990-06-21 00:00
수정 1990-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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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꼭지 하나때문에 법정시비까지 갔다가 마침내 승리한 소비자가 있다. 정신적 피해의 대가로 우산값의 30배 가까운 배상을 받게 된 소비자의 통쾌한 웃음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덩달아 대상만족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이 작은 사건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 사건속에 우리의 상행위풍토가 지닌 무신경함과 부당함이 압축되어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선,우산처럼 단순하고도 그다지 작지 않은 상품이 사서 쓰자마자 꼭지가 떨어져나갔다는 사실은,우리 공산품의 불량률이 의외로 높다는 것을 뜻한다. 뜨내기 난전도 아니고 일정한 자리에 점포를 운영하는 업주가,우산값치고는 싼 물건도 아닌 상품을 섬세한 검품도 하지 않고 유통시키려 했다는 사실도 알게 해준다. 이런 허술한 태도는 그 이후의 행동과 긴요하게 인과관계를 맺고 있다. 불량품을 판매한 것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해이한 생각이 그의 사고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생산업체에게까지 전달되려면 중간상을 통로로 할 수밖에 없다. 중간상인이 상품에 대해철저히 검품하고 관찰하는 일을 미리 한다면 소비자의 불만은 상당부분 예방될 수 있고,사전 품질감시로 우리 산업의 결정적인 약점인 뒷마무리의 정밀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불만을 호소하는 소비자에게 12번이나 헛걸음을 시키고도 『귀찮게 하지 말고 고소할 테면 해봐라』라고 응대했다는 대목도 우리의 상거래풍토가 가진 지층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회를 거듭함에 따라 분노와 치욕과 오기가 축적되어 소화불량성 궤양증세로까지 발전하는 고통을 소비자에게 주고도 원인에 대한 반성없이 『귀찮게 구는』 것만 비난했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이 사건이 1심에서 패소했을 때 피고인 가게주인이 했다는 말은,우리의 많은 상인들의 상행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의식구조의 노정인 셈이다.

『내가 실수로 불량품을 팔긴 팔았지만,이런 걸 가지고 소송까지 할 수 있느냐』라고 한 말이 그것이다. 상인도 불량품을 파는 「실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에 있다. 해야 할 응분의 노력을 가볍게 제쳐놓고 피해자의 몫을 「그까짓일」로치부해버리는 데 도덕적인 흠이 있다. 발단단계에서는 사소한 「그까짓것!」이 법정까지 가는 게 인심이다.

일본인들이 우리를 우습게 보며 자기들을 따라잡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약점이 있다. 「괜찮아 습성」이 그것이다. 아무 것에나 턱없이 대범하여 『그까짓거 좀 그러면 어때. 괜찮아!』하고 매사에 대강대강 넘어가기 때문에 선진기술의 생명인 정밀도를 높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도 우리의 그 약점이 관류되어 있다. 『그까짓걸 가지고 뭘 그래. 괜찮아. 그냥 써!』하려던 것이 상인의 생각이었고 운수사납게 까다로운 노인에게 걸려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닌 게 아니라 우산꼭지 하나로 소송까지 가는 것은 지겹도록 집요한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까다로움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크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리의 느슨하고 결과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상거래질서의 속성을 깊이 반성해볼 계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1990-06-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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