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탈해간 것을 강탈해 왔는데 뭐가 어떤가. 도둑치고는 착상이 좋았다. 속이 후련하다. 그래도 좀 너무했다. 아니야 문화재를 찾아오는데 그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방법이 없다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팔지않고 박물관 같은데 기증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7일 아침 조간신문 사회면 기사를 보며 직장등에서 친구ㆍ동료들간에 오간 말들이다. ◆일본의 한국문화재 수집가로부터 고려청자등 국보급 한국문화재 9점을 강탈ㆍ국내에서 처분하려다 붙들린 범인들의 기사를 읽는 한국인들의 이런 심경을 일본인들도 납득할 것이다. 그것은 권장해서도 안되고 마땅히 처벌해야 할 범죄행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렇게만 보고 넘길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심경이다. ◆이번에 문화재를 빼앗긴 히가사 겐이치씨는 한국의 국보급 도자기류만 2백50여점을 갖고 있었으며 범인도 그것을 보고 현기증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의 중요문화재가 우리보다 일본에 더 많다는 말이 실감날 만큼 일본에는 국보급의 우리문화재가 많다. 궁정,공원,박물관은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지도층 인사의 집 거실이나 서가엔 한국문화재 한두점 없는 곳이 없고 또 있어야 행세를 한는 것으로 되어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구체적으로 오쿠라 컬렉션의 1천30점을 포함,한국문화재를 가장 많이 소장한 도쿄 일본국립우에노박물관은 한국문화재만 3천8백56건이나 소장하고 있다. 우리도자기가 주종으로 유명한 아다카 컬렉션도 총7백93점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이밖에 개인이 숨기고 있는 것까지 합치면 수십만점에 달할 것이라고 일본 역사연구가 니시야마씨는 최근 아사히신문에 투고 한 논단에서 밝히고 약탈문화재의 반환을 촉구했다. ◆그는 초대총독 데라우치가 재임중 약탈해 간 것만도 수만점으로 그의 고향 모여대에 소장되어 있다고 폭로했다. 일본의 한국문화재는 대부분이 약탈해 간 것이란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돌려주는 것도 이상하고 돌려주지 않는 것도 이상한 빼앗아 온 우리문화재의 향방을 지켜보겠다.
1990-04-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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