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방화」 확산/잇단 「도깨비 불」에 주택가 공포

「대문방화」 확산/잇단 「도깨비 불」에 주택가 공포

박대출 기자 기자
입력 1990-02-09 00:00
수정 1990-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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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수법 대담… 창문 깨고 안방 방화도/단서 못찾은채 “정신병자들의 범행”추정

서울의 주택가 곳곳에서 밤도깨비같은 방화사건이 8일까지 12일째 56건이나 잇따라 발생,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방화범은 처음에는 한옥대문만 골라 시너나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뒤 달아났으나 8일부터는 가정집 유리창문을 깨고 석유를 집안에까지 뿌리는 등 수법이 대담ㆍ포악해지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범인을 잡기는 커녕 아무런 단서조차 찾지 못해 손을 못쓰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가 방화사건은 지난달 28일 상오5시30분쯤 서울 성동구 금호동4가에서 처음 발생,지금까지 17개동의 가정집 56채가 피해를 입었다.

또한 첫 사건발생이후 지난1일 상오에는 청량리ㆍ제기ㆍ길음동 3개동에서 9건,3일에는 길음ㆍ만리ㆍ아현ㆍ공덕동에서 14건,5일에는 하월곡동에서 2건,6일에는 영등포 당산동일대에서 5건,7일은 삼선ㆍ동선ㆍ보문ㆍ숭인동 등지에서 17건이 발생했고 8일부터는 강을 건너 봉천ㆍ신림ㆍ대림동에서 5건이 발생하는 등 점차 확대되고 있다.

맨 처음 피해를 입었던 금호동4가 291 신동수씨(48)집의 경우 새벽5시30분쯤 대문쪽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 신씨가 나가보니 대문왼쪽부분의 기둥과 문턱ㆍ문짝이 불타고 있었고 대문안쪽까지 석유를 뿌린 흔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후 범인은 대부분 불을 지른뒤 초인총을 누르거나 대문이나 창문을 두드려 집주인을 깨워놓고 달아났고 주로 대문 왼쪽면에만 불을 질렀다.

이번 방화사건의 공통점은 ▲새벽4∼6시사이에 주로 일어났고 ▲서민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주택가의 한옥이 대상이며 ▲시너와 석유만을 사용하고 있고 ▲한 지역에서 연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뒤 달아난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범인은 지금까지 재산이나 인명피해가 없는 대문간에만 불을 질러 단순한 불장난식의 범행을 해왔으나 8일 0시40분쯤 서울 관악구 봉천6동 김제복씨(47ㆍ양수리발전소 예비군중대장) 집을 비롯,신림ㆍ대림동에서 일어난 방화사건은 거실쪽이나 창문의 유리창을 깨고 석유를 뿌린뒤 불을 질러 충격을 주고 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우선 이번 사건이 방화편집증에 걸린 정신이상자의 짓이거나 개인적인 불만에 쌓여 불특정한 다수의 사람들을 놀려주려는 사람의 범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에따라 범인이 오토바이ㆍ자전거,또는 차량을 이용해 기동력있게 돌아다니면서 불을 지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3일 상오3시50분쯤에는 서울 마포구 만리동2가에서 상오4시쯤에는 성북구 길음동에서,다시 상오4∼5시와 상오5∼6시사이에는 서대문구 아현동 및 마포구 공덕동 등 모두 14곳에서 방화사건이 일어나 경찰의 단독 범행일 것이라는 추측에 혼란을 빚게하고 있다.

이에따라 처음에는 정신이상자가 저지른 범행이었으나 이 사건이 보도되자 흉내를 내는 사람도 등장한 것 같다는게 일반적인 추측이다.<박대출기자>

□주택가 방화사건 일지

▲1월28일=상오5시30분 금호동4건

▲2월 1일=상오4시40분 청량리2동 6건

상호5시10분 제기1동 3건

▲3일=상오3시50분 만리동2가 3건

상오4시 길음3동 2건

상오4∼5시 아현1동 2건

상오5∼6시 공덕1동 7건

▲5일=상오4시 하월곡동 2건

▲6일=상오1∼4시 당산동 5건

▲7일=상오4시 삼선동 3건

상오4시20분 동선동2가 3건

상오4시50분 보문동6가 3건

상오5시 숭인2동 8건

▲8일= 0시40분 봉천6동 1건

상오1시10분 신림2동 1건

상오1시50분 대림1동 3건
1990-02-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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