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초,ㄱ선배한테 세배하러 간 ㄴ씨는 대문을 못들어 서고 되돌아서야 했다. 몇번이나 초인종을 눌러서야 나온 중년부인의 『설악산 가셨습니다』하는 응답 때문이었다. ◆2일 밤늦게 그 집에 전화를 거는 ㄴ씨. 『설악산 가셨다면서요?』 『그랬지. 설경이 좋았어』 『세배하러 갔었는데요?』 『저런, 전화나 한번 해볼 일이지』『지난해까지 양력 쇠셨잖아요?』 『지난해는 처음 쇠게 되는 음력설이라서 엄벙덤벙 양력으로 때웠지만 올해부터선 설은 음력으로 쇠기로 했지』 『그것도 모르고…』 『광고도 할 수 없고… 미안하이. 이 전화로 그냥 세배한 셈치기로 하세』 ▲아마도 ㄱ씨와 ㄴ씨 같은 경험은 한두 사람이 했을 것 같지 않다. 사실,지난해까지만 해도 「양력설 세배」는 거의 굳어져온 관행이었다. 특별히 집안에 따라 따로이 음력설을 쇠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그런 터에 지난해부터 음력설이 「설」로 공식화하면서 특히 올해는 「세배하는 날」에 혼선이 빚어졌다. 그집에서 양력을 쇠는 건지 음력을 쇠는 건지…. 그렇다고 전화로 묻고 행동하는 것도 좀 겸연쩍고. ◆정다산의 「목민심서」(부임육조ㆍㆍ치장편)에 병인기구라는 말이 나온다. 『옛것을 그대로 따른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목민관의 검약자세를 두고한 말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옛 관행에 좇음을 선의로 해석하면서 썼던 말. 이번 설부터 그 병인기구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이제 와서 새삼 「2중과세의 폐해」에 열 올릴 것까지는 없겠다. 다만 「두개의 정초」에 어떤 관행만은 정착되어야 할 듯. 이를테면 사회활동상의 설은 양력으로 하고 차례나 집안 세배는 음력에 한다는 따위. ◆관광지가 붐볐던 것이 이번 양력설의 풍경이었던 듯하다. 상대적으로 귀성인파는 예 같지 않고, 나름대로 관행이 자리잡혀 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연휴의 각종 사고소식만은 여전하다 싶어 가슴 아프다.
1990-01-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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