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코로나 시대, 자본의 두 얼굴
남대문로 쪽방촌
2021. 2. 25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코로나19가 덮친 남대문 쪽방촌의 1년은 건설사와 사모펀드에는 부를 증식할 ‘탐욕의 시간’이었습니다. 최하층 주거 약자들인 쪽방촌 주민들은 거대한 투기 자본을 상대로 3.3㎡(1평) 보금자리를 지키려는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울신문이 시민단체 홈리스행동과 함께 서울시가 지정한 남대문 쪽방촌 일대 관리·정비지구(토지 13곳, 건물 15곳)의 등기부등본 28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 한 해에만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2곳의 소유권이 바뀐 사실을 처음 확인했습니다.
서울시는 2019년 10월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을 통과시키면서 남대문 쪽방촌의 재개발 길을 터줬습니다.
남대문 쪽방촌
※ 지도의 각 영역을 클릭하면 소유주 변화 현황을 볼 수 있습니다.
남대문로 쪽방촌 2021. 2. 25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서울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남대문 쪽방촌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소유자는 중소건설사 D사와 이 회사 대표 이모씨가 사내이사인 관계사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D건설은 지난해 4~6월 3곳의 지분을 매입했고 이 건설사 대표 이씨가 사내이사인 S개발과 T사, 또 다른 T사가 각각 2곳(2020년 12월), 2곳(2020년 5월), 1곳(2020년 12월)을 인수했습니다. 남은 1곳(2020년 8월)도 D사와 연관된 법인 대표가 매입한 것입니다.
D사는 왜 명의를 나눠 쪽방촌 건물 지분을 인수한 것일까요.
김남근(변호사) 참여연대 정책위원은 외부의 주목을 받지 않기 위한 전형적인 분산 매입 행태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주거환경정비법상 특정 법인이나 개인이 재개발 지역의 3분의2를 확보하면 바로 사업을 개시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 시기에 사회의 이목을 끌지 않고 지분들을 사들여 재개발 사업을 개시하기 위한 목적”
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코로나 감염병으로 쪽방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든 시기를 노린 매입 전략인 것입니다.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방에 누워 TV를 시청하고 있다.
2018. 12. 18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소유권이 바뀐 쪽방촌 지분 상당수가 신탁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 역시 의도가 있습니다. 김지현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탁을 맡겼다는 건 돈을 댄 실제 소유주들이 사모펀드 형태로 배후에 있다는 것”이라면서
“신탁 수수료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공공재개발 논란이 되기 전에 민간 주도의 재개발을 신속히 추진하려는 의도”
라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 D사 측은 서울신문의 인터뷰 요청에 “남대문 쪽방촌 지분 매입에 대해서는 설명할 게 전혀 없다”고 거부했습니다.
남대문 쪽방촌 지분 소유주가 지난해 3월 25일 세입자들에게 ‘한 달 이내(4월 20일)에 퇴거하지 않을 시 소송을 제기하고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고지한 내용 증명. 이 소유주는 석 달 뒤인 6월 D건설에 지분을 넘겼다.
홈리스행동 제공
남대문 쪽방촌의 3.3㎡ 시세는 코로나 1년 동안 최소 50% 이상 폭증했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업체 대표는 “2019년 3.3㎡당 5000만원 정도이던 시세가 2021년 현재 평당 최소 8000만원이 넘는다”고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소유권이 바뀐 지분 거래 대부분은 개인 간 거래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도 등재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거래된 실제 매매가는 비밀인 셈입니다.
쪽방촌 건물의 소유권이 대거 바뀌면서 취약계층인 쪽방 주민들의 주거 불안은 커졌습니다. D건설사와 사모펀드는 원래 소유주와 거래할 때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는 특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3월 한 소유주가 세입자에게 보낸 내용증명에는 “한 달 이내에 퇴거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과 법적 비용을 부담시킬 것”이라고 고지됐습니다. 이 소유주는 같은 해 6월 D사에 지분을 팔았습니다. 원주인들의 퇴거 고지 배후에는 D건설이 있다고 추정하는 이유입니다.
서울 동자동 쪽방촌의 모습.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건설사와 사모펀드의 최종 목적은 재개발을 통한 대규모 수익 창출입니다. 남대문 쪽방촌(양동지구)은 정부가 발표한 공공재개발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국토부가 최근 공공재개발 대상으로 발표한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의 경우 2종 일반주거지역이지만 남대문 쪽방촌은 상업지역입니다. 2종 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 200~250%로 15층까지만 건축할 수 있지만 상업지역은 최대 800%로, 4배 높이의 건물 건축도 가능합니다.
남대문로 쪽방촌 2021. 2. 25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코로나라는 재난 상황에 감춰진 탐욕의 민낯입니다.
남대문 쪽방촌은 우리 사회의 부동산과 주거 격차의 현실을 실증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욕망의 공간’입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7.
어느 무연고자의 죽음
이동현(왼쪽) 홈리스행동 활동가와 남대문쪽방촌 주민이 지난 1월 고(故) 최선주씨의 무연고 장례에 참석한 모습.
홈리스행동 제공
영하 11도의 찬바람이 휘감던 1평(3.3㎡) 남짓 쪽방 안에는 사람의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매서운 한파가 이어지던 지난 1월 17일 최선주(53)씨는 서울 남대문 쪽방촌 후암로 60길 24 2○○호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뒷골목으로 올라가면 층마다 10여개 쪽방이 벌집처럼 붙어 있는 낡은 건물 2층. 최씨를 맨 처음 발견한 건물관리인인 쪽방촌 통장은 “아픈 선주가 기어코 갔네”라고 울먹였습니다. 최씨는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치러준 서울시 무연고 장례식 덕분에 세상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 주민이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사진은 본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2018. 12. 18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남대문 쪽방촌 주민들은 코로나 이후 척박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1997년부터 쪽방촌에 자리잡은 김철수(60·가명)씨는 지난 1년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말했습니다.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겨우 제 한 몸 건사했던 김씨도 지난해 일자리가 완전히 끊겨 궁핍한 생활을 해 왔습니다. 그는 “겨우 구한 공공일자리로 밥은 굶지 않았는데 그마저도 올 초에 계약 기간이 끝났다”고 했습니다. 그는 “너무 힘들어 쓰레기통도 뒤졌다”고 했습니다.
올 들어 두 달 동안 세상을 떠난 남대문 쪽방촌 주민만 벌써 4명입니다.
가족과 인연이 끊어진 이들 모두 무연고 장례로 살아서 그랬던 것처럼 혼자 세상을 등졌습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지난 1년 코로나로 고립됐던 쪽방촌 주민들이 줄줄이 세상을 떠나 안타깝다”면서 “코로나로 인해 쪽방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 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고 최선주씨의 영정 사진
홈리스행동 제공
쪽방촌 주민들이 맞닥뜨린 건 고립감이 전부가 아닙니다. 1평 크기의 보금자리에서 쫓겨날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부터 쪽방촌 건물의 소유권이 손바뀜되면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건설 자본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씨와 생전에 가깝게 지낸 쪽방 친구 박환식(65·가명)씨는 “최씨가 죽기 전에 그동안 동네 슈퍼에 쌓였던 외상값도 다 갚고 목욕도 깨끗하게 했다”며 “본인이 갈 날을 알았던 거 같다”고 씁쓸해했습니다.
남대문 쪽방촌에는 아직 200명의 주민이 1평 보금자리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8.
코로나 노년 팬데믹
#노년의 빈곤
박영자(74·가명)씨는 2019년까지 2년 넘게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점심 배식을 하는 공공근로를 했지만 지난해 코로나로 초등학교 급식이 중단되면서 실직했습니다. 연락이 끊긴 아들 대신 손주 남매를 키우는 박씨에게 월 27만원의 공공근로는 단비 같은 존재였습니다.

기초수급대상자는 아니지만 박씨와 같이 기초연금과 일자리 소득으로 생계를 잇는 차상위 노인들의 공공근로 일자리 규모가 올해 크게 줄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노인일자리 예산을 삭감하면서 서울에서만 5392개 감소했습니다. 월 27만원으로도 박씨의 삶은 곤두박질친 것입니다.
*자료 : 서울시
#노년의 건강
최길녀(67·여·가명)씨는 3년 전부터 손가락 마디가 아프기 시작해 빨래나 설거지를 하는 것도 고통스럽습니다. 최씨는 갑상선암 후유증을 앓고 있는 남편 강명석(69·가명)씨와 함께 사고로 숨진 아들이 남긴 17, 18세 손녀를 돌보는 조손가정 보호자 입니다. 2019년 손가락 통증으로 요양보호사를 그만 둔 최씨는 청소 일을 하는 남편의 수입 120만원으로 살고 있습니다. 최씨가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3년째 병원 한번 가지 못한 이유입니다. 최씨는 병원에 가보시라는 말에 “병원비가 얼마 나올 줄 알고 병원을 가느냐”며 손사래를 칩니다.
*건강수명 : 실제로 활동을 하며 건강하게 산 기간이 어느정도인지 나타낸 지표
*자료 : 보건복지부
#노년의 양육
박형조(74·가명)씨와 최미영(69·가명)씨 부부는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이후 아들(47), 손자(13)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하면서 상가 인테리어 일을 하는 아들의 일감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인 형조씨가 한 달 2~3차례 일당 12만원을 받는 건설 일용직 수입과 부부가 각각 받고 있는 기초연금 24만원 등 100만원이 채 안되는 돈으로 네 식구가 한달을 살고 있습니다.

성인기에도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하는 청년을 뜻하는 ‘캥거루족‘을 넘어 이제는 그 자녀인 손주까지 돌보는 ‘신(新)캥거루 가족’이 늘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미영씨는 “올해 중학교에 올라간 손주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노년의 학대
일러스트 조숙빈 기자 sbcho@seoul.co.kr
오명환(71·가명)씨는 아들(45)이 원망스럽습니다. 오씨와 아들이 지난해 1월 공동 명의로 은행 대출을 받아 차린 식당이 10개월만에 폐업했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잠적했고 수억원까지 달하는 줄 몰랐던 대출 빚은 오롯이 오씨의 몫으로 남아 노년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노인학대 유형 중 경제적 학대로 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코로나로 가해 자녀들의 가정 체류 시간이 늘면서 노인학대도 늘었습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용인에서 어머니 A(95)씨가 술을 먹는 아들을 나무라다 폭행을 당해 숨졌습니다. A씨는 146㎝, 43㎏로 왜소한 데다 거동도 불편해 방어조차 불가능한 치매 노인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 22일 전남 해남군에서는 술을 살 돈 2000원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년의 아들이 어머니를 구타했습니다.

서울신문이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20일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노인학대로 기소되고 유죄가 선고된 법원 판결문 14건을 분석한 결과 이 중 6건은 지난해 대구·경북 1차 대유행 시기부터 국내 확진자 규모가 1만명이 넘어선 2~4월에 집중됐습니다. 여기엔 사망 사건 2건도 포함됐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 수록 노인학대도 많아진 셈입니다.

노인학대는 부모에게는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이지만 부모들은 혹여 자녀가 전과자가 될까 피해 사실을 숨기고 신고를 망설입니다. 재판에 넘겨져도 처벌하지 말라달라는 경우가 대다수 입니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노인학대를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족으로 함께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대 방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한 예방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한국 최초의 종군사진가 청암 임인식이 1964년 촬영한 서울 교동국민학교 학생들. 마스크를 쓴 채 올망졸망 모여 있는 모습(왼쪽)과 코로나19로 텅 빈 지금의 교동초등학교 교정(오른쪽)과 대비된다. 지난해 8월 임인식 탄생 100주년 기념전인 ‘Life Goes On’에 전시됐던 이 사진은 독감 예방주사 접종을 기다리는 장면으로 공개됐다. 당시의 화생방 훈련 모습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국의 역사를 3대째 사진으로 기록해 온 청암 후손들의 코로나 이야기는 ‘2021 격차가 재난이다’ 마지막 회에 실을 예정이다.
청암아카이브 제공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지난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한 예진이. 마스크를 내리면 충치들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예진이는 지난 연말 보건소에서 1년여 만에 치료를 받았습니다. 예진이는 외조부모와 살고 있습니다. 엄마는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으로 아픕니다. 예진이 집은 전기요금을 아끼느라 종일 어두컴컴합니다. 설레여야 할 예진이의 생애 첫 학교 생활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돌연 사라졌습니다. 온라인 수업만으로 예진이의 학교 적응을 돕고 충치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 재난은 우리의 시야에서 예진이와 같은 아이들을 감춥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코로나는 끝나지 않습니다. 코로나 이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자산 양극화와 불평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회는 부유층에 쌓이고, 위험은 하층에 축적되는 불평등한 재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허약한 사회안전망 틈에서 새로운 격차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서울신문은 심층기획 ‘2021 격차가 재난이다-코로나 세대 보고서’ 시리즈를 통해 코로나 격차 사회의 민낯을 전하고 그 해법을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인터랙티브 홈
유소년층의 격차
1. 편의점에서 만난 아이
2. 무지개 지역아동센터
청·장년층의 격차
3. 증발하는 청년들
4. 식당은 하나, 사라진 꿈은 다섯
5. 삼남매의 이별
노년층의 격차
6. 코로나 시대, 자본의 두 얼굴
7. 어느 무연고자의 죽음
8. 코로나 노년 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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