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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꿀벌 살리는 첨단 농업의 힘… 원원여왕벌 150마리 첫 증식 [이토록 멋진 농업]

‘실종’ 꿀벌 살리는 첨단 농업의 힘… 원원여왕벌 150마리 첫 증식 [이토록 멋진 농업]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3-03-07 19:03
업데이트 2023-03-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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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기상청 등 범부처 첫 꿀벌 보호 공동 대응… 식량 안보 위기 비상

꿀벌 실종에 세계 경제 손실액 247조
국내 벌 화분매개 의존도 67% 증가세
자동 온도·습도에 환기가능 스마트벌통
꿀벌 활동성 60% 쑥…생존도 두 달 더
토마토·딸기 수익 1천㎡당 100만원↑
말벌집 탐색 칩 드론 레이더도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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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강원 강릉시 교동의 한 공원에서 꿀벌들이 활짝 핀 매화에서 바쁘게 꿀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7일 강원 강릉시 교동의 한 공원에서 꿀벌들이 활짝 핀 매화에서 바쁘게 꿀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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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이 지난달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화분매개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 개발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화분매개벌은 농작물 생산을 위해 꽃가루를 암술에 묻혀 수정을 돕는 벌로 꿀벌, 뒤영벌 등이 있다. 연합뉴스
이승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이 지난달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화분매개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 개발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화분매개벌은 농작물 생산을 위해 꽃가루를 암술에 묻혀 수정을 돕는 벌로 꿀벌, 뒤영벌 등이 있다. 연합뉴스
꿀벌이 귀한 몸이 됐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2016년 기후변화 등으로 꿀벌 등 세계적인 화분매개자가 감소하면서 국가적인 식량 안보를 위협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연간 최대 1900억 달러(247조원)으로 추정됐다. 국내에서는 농작물의 벌에 의한 화분매개 의존도가 해마다 늘고 있다. 이에 꿀벌 ‘실종’ 사태를 막기 위해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범부처(환경부, 산림청, 기상청,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가 뭉쳤다.

올해부터 8년간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꿀벌이 최적의 상태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을 비롯한 생태계 조성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부처들이 기상 이변에 대응해 꿀벌 보호와 생태계 보전에 공동 대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안정적인 작물 생산을 위해 작물 수정용 벌을 효과적으로 보호하지 않고서는 식량 안보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는 꿀벌 사회의 기둥이자 핵심인 여왕벌에서 증식한 보급용 ‘원원여왕벌’ 150마리가 처음으로 농가에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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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사육 봉군 수 247만…8.2% 감소
올해 스마트벌통 200개 농가 보급
내부 카메라 벌 상태 실시간 앱상 확인
벌 초보자도 신속 점검·대응 가능

7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토마토, 딸기와 같이 비닐하우스 등 시설에서 재배하는 과채류의 화분매개벌 의존도는 2010년 48.4%에서 2015년 59.4%, 2020년 67.2%로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꿀벌 사육 봉군 수는 247만 봉군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8.2% 줄었다. 봉군은 여왕벌이 있는 벌통을 의미한다.

이경용 농진청 연구사는 “정부 조사로 실질적 피해가 확인된 꿀벌 해충 ‘응애’를 비롯해 꽃 필 때 비가 내리거나 온도 급변 등 기후 변화, 농약 과다 사용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특히 꽃가루가 많지 않은 딸기는 반드시 벌의 수정으로 작물을 생산해야 해 벌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딸기의 경우 10월 중순부터 꽃이 피기 때문에 해당 시기에 꿀벌을 넣어줘야 하지만 온도가 급변하는 척박한 하우스 내부에서 대부분 죽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진청은 지난달 스마트기술로 작물의 수정을 돕는 꿀벌과 뒤영벌 등 화분매개 벌을 위한 스마트벌통을 개발해 올해 8개 시군에 200여개를 시범 보급하기로 했다. 이 스마트벌통에는 내부에 온도와 습도를 감지하는 센서와 연동된 환기팬이 있어 온도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팬이 돌아 온도를 내려주고 열이 오른 벌이 내뿜은 탄산가스를 환기까지 시켜준다. 반대로 온도가 내려가면 가온 장치가 스스로 작동하면서 적정 온도로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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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영벌용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
뒤영벌용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 뒤영벌용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 주로 토마토 수분에 쓰이며 여름 토마토 기준 벌의 활동량이 1.6배, 토마토가 맺히는 비율이 15% 높아진다고 농촌진흥청은 7일 밝혔다. 농진청 제공
내부 카메라로 10분의 1초 딥러닝
무게센서로 먹이 부족 여부 자동 확인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로 벌의 움직임을 10분의 1초씩 딥러닝해 벌의 활동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 연구사는 “벌통 내부는 30도 이상을 유지해야 여왕벌이 알을 잘 낳기 때문에 가온 장치를 30도에 맞추고 넘으면 팬이 돌아가면서 내부 온도를 떨어뜨린다”면서 “내부 카메라로 벌 움직임을 실시간 학습하고 무게센서로 벌의 먹이가 부족한지 여부도 바로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정보들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산자(사용자)에게 제공되고 벌에 익숙지 않은 초보자들도 벌 상태를 점검하고 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벌을 교체할 수 있다.

실제 이 벌통을 토마토(뒤영벌), 딸기(꿀벌) 시설재배 농가에 적용한 결과, 여름철 비닐온실 내 벌의 활동량은 시간당 9마리에서 14마리로 60% 많아졌다. 또 겨울철 비닐온실에서는 벌의 생존 기간이 105일에서 173일로 68일 늘어났다. 이 연구사는 “여름철 토마토에 과일이 맺히는 비율도 기존보다 15%, 겨울철 딸기는 6% 높아져 각각 1000㎡당 100만원, 117만원의 수익을 더 내는 생산성 향상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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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용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
꿀벌용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 꿀벌용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 주로 딸기 수분에 쓰이며 기존 벌통 대비 수명이 68일 길어지고 딸기의 상품과율이 6% 향상된다고 농촌진흥청은 7일 설명했다. 농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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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 산업 연구 방향
양봉 산업 연구 방향 양봉 산업 연구는 밀원에 따른 성분인 벌꿀, 화분, 프로폴리스와 꿀벌에 따른 성분인 봉독, 로열젤리, 밀랍, 수벌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진다. 농촌진흥청 제공
여왕벌→윈윈여왕벌→원여왕벌
우수품종 교배로 보급여왕벌 구축시
맞춤형 품종 증식·꿀벌수급 안정화

또 자동 인식 기술을 이용해 꿀벌의 생태적 알고리즘을 분석해 꿀벌의 응애를 조기 예찰하고 일벌의 특이행동을 분석해 친환경 적기 방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한다. 말벌집 탐색 위한 칩 형태의 드론 탑재 소형 레이더 활용 기술은 기존 말벌집 약제 방제형 드론과 결합해 꿀벌을 물어죽이는 등검은말벌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올해는 보급용 ‘원원여왕벌’ 150마리를 처음으로 증식해 꿀벌 농가들에 제공한다. 기존 여왕벌을 1차 증식한 ‘원원여왕벌’과 ‘원원여왕벌’을 다시 증식한 ‘원여왕벌’ 생산으로 우수품종 교배 형식을 통해 ‘보급여왕벌’ 생산 시스템이 올해 구축되면 양봉 산업 발전을 위한 맞춤형 품종 증식과 꿀벌 수급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걸리면 꿀벌이 죽는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한라벌 품종도 확대한다. 꿀벌 우수품종 확대 보급체계를 위한 신품종이용촉진사업 지역은 충북, 경북, 전북에서 충남까지 4개도로 확대하고 꿀벌증식장은 다른 벌이 없고 벌의 먹이인 밀원이 풍부한 충남, 전남, 경북 3곳에 설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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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꿀벌 폐사 피해의 주요 원인이 기후 변화 때문이 아니라 방제제에 내성을 지닌 응애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양봉 자료사진. 픽사베이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꿀벌 폐사 피해의 주요 원인이 기후 변화 때문이 아니라 방제제에 내성을 지닌 응애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양봉 자료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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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 자료사진. 픽사베이 제공
양봉 자료사진. 픽사베이 제공
밤나무꿀·프로폴리스 아토피 개선 시험
수벌 번데기·로열젤리 고령용 식품으로

기능성 영양분이 풍부한 국내 밤나무꿀의 기준 규격과 프로폴리스의 아토피 개선 효능 확인을 위한 인체 적용시험 추진 등 양봉 산물의 안전 품질 관리와 고부가가치 소재화 실용화 연구에도 박차를 가한다. 수벌 번데기와 로열젤리를 함유한 고령 친화용 식가공품개발과 로열젤리 피부노화 개선 기능성 화장품 등록 추진 등도 추진된다.

농진청 관계자는 “5개 부처가 공동 연구개발 사업으로 꿀벌을 살리기 위한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올해 옥살산 함유 복분자잎을 활용한 항시 방제 제제 연구 등 친환경 방제제 개발과 꿀벌 응애 저항성 품종 육성, 양봉농가의 노동력 절감을 위한 AI나 loT 기반 스마트 양봉 기술 개발로 양봉 산물의 가격 경쟁력 창출과 활용처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은 2013~2014년 꿀벌 급감으로 아몬드 생산에 큰 타격을 입게 되자 오바마 정부 때인 2014~2015년 백악관을 중심으로 펜타곤 등 모든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꿀벌 보호 정책을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농진청에 따르면 미국은 해마다 겨울철 30~40%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고 일본은 2005년 34만 봉군에서 2020년 21만 봉군으로 40% 가까이 줄어드는 등 봉군 붕괴 흐름은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재호 농진청장은 “최근 벌 개체수가 줄어 농산물 생산에 대한 우려가 큰 데 스마트양봉 기술개발과 꿀벌 증식장에서 생산된 우수 꿀벌 품종의 신속한 보급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양봉 산물의 고부가가치 산업화 지원으로 농가 소득이 늘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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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지리산 주변 양봉농가 아카시아 꿀 채밀. 산청군 제공
산청 지리산 주변 양봉농가 아카시아 꿀 채밀. 산청군 제공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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