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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빼·컬러TV·밥솥 터치… ‘광고 100년’ 시간 여행

몸빼·컬러TV·밥솥 터치… ‘광고 100년’ 시간 여행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08-29 20:44
업데이트 2022-08-3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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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전시

시대상 담은 옛 광고물 280건
실감형 영상 속 현대사 보여 줘

조미료 ‘아지노모도’ 일제 상기
운동화·자동차, 경제 발전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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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광고, 세상을 향한 고백’ 전시에서 일제강점기 널리 쓰인 조미료 ‘아지노모도’의 광고가 연출되고 있다.  류재민 기자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광고, 세상을 향한 고백’ 전시에서 일제강점기 널리 쓰인 조미료 ‘아지노모도’의 광고가 연출되고 있다.
류재민 기자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입맛은 일본 조미료인 아지노모도에 길들여졌다. 아지노모도는 “설탕, 간장, 소금과 함께 영원히 식탁 위에 빛나는”, “김치맛이 없으시거든 지금이라도 치면 맛이 좋아”지는 마법의 식재료였다. 그때 그 시절 광고는 근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아지노모도를 사용해야 할 것처럼 삶에 파고들었다.

광고에는 시대상이 담겼다. 그 시대에 가장 이상적인 삶이 광고를 통해 구현됐고, 광고는 사람들에게 소비를 통해 더 발전된 삶을 꿈꾸게 했다. 때론 각종 신기술로 무장한 제품들을 통해 광고가 시대를 이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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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밥솥 광고는 백년해로가 미덕이던 시대상을 반영해 신혼부부를 겨냥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한 밥솥 광고는 백년해로가 미덕이던 시대상을 반영해 신혼부부를 겨냥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주제관에서 진행 중인 ‘광고, 세상을 향한 고백’은 우리 시대의 광고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다.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남희숙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광고는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는 주제”라며 “현대사가 광고와 함께 어떻게 진행됐는가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소개했다.

광고가 주제인 만큼 구체적 유물이 아니라 영상을 통해 근현대 광고사를 풀었다. 1부 ‘광고합니다’는 근현대 광고를 개괄하고, 2부 ‘그래, 이 맛이야!’는 근현대 식생활의 변천과 식품 소비 흐름을 식품 광고를 통해 보는 시간이다. 3부 ‘참, 곱기도 합니다’는 근현대 의생활의 변천과 패션 소비 흐름을, 4부 ‘기적인가 기술인가’는 주거공간을 채운 가전제품 광고를 통해 생활상의 변화를 살핀다. ‘의·식·주’를 주제로 나눴고, 상반기 1, 2부를 공개한 데 이어 3부와 4부가 최근 추가됐다.

1~4부 각각 7분씩의 영상이 흐른다. 광고를 보다 보면 각자의 세월에 따라 자연스레 추억에 젖게 된다. 아지노모도나 몸빼 바지 등의 일제강점기 광고는 민족의 아픔을 상기시키고, 운동화나 운동복 광고는 1988 서울올림픽으로 스포츠가 우리 사회의 주요 여가 활동이 된 생활상을 느끼게 한다. 컬러 TV나 자동차 광고 등은 경제발전상을 보여 준다.

실제 유물은 없는 전시지만 생생한 영상과 함께 화면을 터치하도록 돼 있어 눈길을 끈다. 오경운 학예연구사는 “박물관 성격상 무거운 근현대사를 다룰 수밖에 없는데, 쉽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실감형 영상 전시를 준비했다”면서 “근현대사가 주제라고 해서 깊은 고민만 하는 게 아니라 가볍게 즐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부를 지나 2부가 시작되면 식품들이 화면에 가지런하게 전시된 모습이 마치 미술관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3부는 모델들이 다양한 옷을 입고 등장해 생생함을 더한다. 실제 모델이 걸어가면서 따라붙는 설명을 통해 그 시대에 이런 패션이 왜 유행했고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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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패션 광고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인기를 반영해 ‘태지처럼 입어요’란 문구로 소비자를 공략했다. 류재민 기자
한 패션 광고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인기를 반영해 ‘태지처럼 입어요’란 문구로 소비자를 공략했다.
류재민 기자
3부까지가 시대를 살아간 개인의 모습에 치중돼 있다면 4부는 집을 보여 준다. 한 가정집에 등장하는 청소기, 세탁기, 냉장고 등의 광고로 우리집 가전제품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누구나 자기 시대의 광고를 가진 만큼, 영상 속 280건의 광고는 시대상과 개인의 추억을 돌아보게 한다. 내년 6월까지.

류재민 기자
2022-08-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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