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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교황, 눈물 닦은 캐나다 원주민

고개 숙인 교황, 눈물 닦은 캐나다 원주민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22-07-27 01:36
업데이트 2022-07-27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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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악행 용서 구합니다”… “50년 기다린 사과 이제야”

기숙학교 아동학살에 공식 사죄
과거사 조사·생존자들 지원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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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학대 생존자 손등에 입 맞추는 교황
원주민 학대 생존자 손등에 입 맞추는 교황 25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州) 매스쿼치스 공원을 찾은 프란치스코(왼쪽) 교황이 캐나다 원주민 인권 운동가이자 변호사인 윌턴 리틀차일드 전 캐나다 하원의원으로부터 원주민 전통 머리 장식을 받아 머리에 쓴 뒤 리틀차일드 전 하원의원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있다. 교황은 이날 기독교 교회가 캐나다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한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100여년간 발생한 아동 학살과 학대에 대해 사과했다. 리틀차일드 전 하원의원 역시 기숙학교 생존자다.
바티칸 AP 연합뉴스
“기독교인들이 원주민들에게 저지른 악행에 대해 겸허히 용서를 구합니다.”

25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州)에 있는 매스쿼치스 공원의 연단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은 “슬픔과 분노, 수치심”을 힘주어 말했다. 캐나다 원주민 2000여명은 원주민 아동 수천명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숨죽인 채 연설을 지켜봤다. 노인들은 주름이 가득한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냈다.

교황청 소식을 전하는 바티칸뉴스와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이날 교황은 19세기부터 100여년간 자행된 캐나다 원주민 아동 학살과 학대에 대해 사과하는 ‘참회와 속죄의 순례’(penitential pilgrimage)의 일환으로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인 매스쿼치스 공원을 찾았다.

캐나다 정부는 19세기 후반부터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원주민들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원주민 기숙학교를 설립했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 가톨릭 교회가 위탁 운영했으며, 원주민 아동들을 부모와 떼어 놓은 채 언어 말살과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가했다. 총 15만명의 원주민 아동이 전국 139개 학교에 강제 수용됐으며 이곳에서 숨진 아동들은 암매장됐다. 지난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스캐처원주 등의 학교 터에서 원주민 아동 유해가 1200구 넘게 발견되며 충격을 던졌다.

그간 캐나다 원주민 사회에서는 교황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교황은 “기숙학교에서 일어났던 파괴적인 경험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기독교인들이 권력의 식민지적인 사고방식을 지지한 것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용서는 치유의 첫걸음일 뿐”이라면서 과거사를 조사하고 기숙학교 생존자들을 돕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약속했다.

1970년대 초 기숙학교에 수용됐던 한 여성은 이날 현장을 찾아 “50년간 사과를 기다렸다”면서 “당시 기숙학교에 수용된 친구들이 트라우마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알코올중독 등에 시달렸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소라 기자
2022-07-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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