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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33주년, 중국선 ‘없던 일’ 취급…대만 “홍콩서 기억 조직적 삭제”

톈안먼 33주년, 중국선 ‘없던 일’ 취급…대만 “홍콩서 기억 조직적 삭제”

손지민 기자
입력 2022-06-04 21:36
업데이트 2022-06-0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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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관련 공적 논의, 중국에서 금기
中 공산당, 톈안먼을 ‘정치 풍파’로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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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시위 31주년을 맞은 4일 당국이 추모집회를 원천 봉쇄했음에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 수많은 범민주진영 지지자들이 촛불을 들고 모여 있다. 홍콩 AP 연합뉴스
톈안먼 시위 31주년을 맞은 4일 당국이 추모집회를 원천 봉쇄했음에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 수많은 범민주진영 지지자들이 촛불을 들고 모여 있다.
홍콩 AP 연합뉴스
대학생과 지식인 중심의 중국인들이 부정부패 척결과 민주개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군의 유혈진압에 스러져 갔던 톈안먼(天安門) 사태 33주년을 맞이한 4일 중국 사회에서는 톈안먼 사태를 금기시하는 수준을 넘어 ‘없었던 일’로 취급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中 포털 사이트에서 톈안먼 정보 ‘실종’
이날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의 ‘오늘의 역사’ 항목에는 1989년 6월 4일 일어난 일로 ‘이란 호메이니의 최고지도자 피선’이 소개돼 있고, 검색창에 ‘6·4’를 입력하면 지난해 6월 4일 부르키나파소에서 발생한 학살 사건 등이 검색된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일 정례 브리핑에서 톈안먼 사태 희생자 가족의 진상조사, 사과, 보상 요구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자 “1980년대 말 발생한 그 ‘정치 풍파’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미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고 짧게 답했다. 이 질문과 답변은 외교부 홈페이지의 대변인 브리핑 전문 서비스에도 빠져 있다.

톈안먼 사태에 대한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공식 규정은 자오 대변인이 언급한 ‘정치 풍파’와 ‘동란’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공산당이 채택한 제3차 역사결의(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국공산당 중앙의 결의)는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소련이 해체되고 동유럽이 격변했다”며 “국제사회 반(反) 공산주의·반 사회주의 적대 세력의 지지와 선동으로 인해 국제적인 큰 기류와 국내의 작은 기류는 1989년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시기에 우리나라에 엄중한 ‘정치 풍파’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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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6월 2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베이징 AFP 연합뉴스
1989년 6월 2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베이징 AFP 연합뉴스
그러면서 결의는 시위 진압에 대해 “당과 정부는 인민을 의지해 ‘동란’에 선명하게 반대하는 것을 기치로 해서 사회주의 국가 정권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수호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당의 공식 입장이 존재할 뿐, 톈안먼 사태를 둘러싼 일체의 공적 논의는 중국 사회에서 긍정적인 시각에서든 부정적인 시각에서든 모두 금기시되고 있다. 

홍콩서도 집회 원천 봉쇄…추모촛불 꺼지나
이런 가운데 홍콩 명보는 4일자 사설에서 당시 학생들 시위에 대해 “본질은 애국민주 운동”이고, “6·4사건은 피할 수 있었던 비극”이라고 지적한 뒤 정당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썼다.

사설은 “당국이 폭력적인 수단으로 진압한 것에 대해 적지 않은 사망자 유족은 아직도 마음을 풀지 못하고 있다”며 “6·4를 바로잡는 것은 역사의 상처를 보듬는 것이며, 사망자가 안식하고 유족들이 응어리를 풀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회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중국식 ‘전과정 인민민주’를 표방하며 서구식 자유 민주주의에 철저히 선을 긋고 있는 현 시진핑 체제에서는 톈안먼 사태가 계속 ‘없었던 일’로 치부될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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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홍콩 번화가에선 26년 전 톈안먼사태 당시 울렸던 자유와 민주의 염원을 기억하는 촛불시위가 열렸다. 지난해 좌절된 민주화 시위 이후 다시 모인 수만 명의 참가자들은 서로를 향해 “단결하자”고 외쳤다. 홍콩 AFP 연합뉴스
4일 홍콩 번화가에선 26년 전 톈안먼사태 당시 울렸던 자유와 민주의 염원을 기억하는 촛불시위가 열렸다. 지난해 좌절된 민주화 시위 이후 다시 모인 수만 명의 참가자들은 서로를 향해 “단결하자”고 외쳤다.
홍콩 AFP 연합뉴스
중국 본토는 물론 그 동안 꾸준히 추모 활동이 이뤄졌던 홍콩에서도 올해는 관련 집회가 원천 봉쇄된 가운데, 희생자 유족과 살아남아 해외로 터를 옮긴 당시 시위 참여자들의 목소리가 미미하게나마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희생자 유가족 모임인 ‘톈안먼 어머니회’(the Mothers of Tiananmen)는 진상 규명과 문책, 보상 등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한 인권 단체를 통해 지난 1일 발표했다.

또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당시 시위의 주역 중 한 명으로, 미국에 망명한 왕단은 미국에서 6·4 특별전시회를 열었다.

그간 ‘일국양제’를 표방하며 추모를 허용했던 홍콩은 2020년 이후 코로나19를 이유로 관련 집회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홍콩은 톈안먼 사태 기념일 하루 전인 3일 밤 11시부터 5일 오전 0시 30분까지 집회가 주로 열리던 빅토리아 파크를 봉쇄했다. 

美·대만 “톈안먼 기억하자”
중국과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대만은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톈안먼 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을 “잔인한 폭력”으로 규정한 뒤 “용감한 개인들의 노력은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매년 우리는 인권과 근본적 자유를 위해 일어섰던 사람들을 기념하고 기억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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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으로 탱크에 맞서는 중국 젊은이를 포착한 외신 사진은 톈안먼 사태를 세계에 알렸다 서울신문DB
맨몸으로 탱크에 맞서는 중국 젊은이를 포착한 외신 사진은 톈안먼 사태를 세계에 알렸다
서울신문DB
그러면서 “중국 국민, 불의에 저항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6월 4일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촛불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여러 해에 걸쳐 촛불집회로 6·4를 기억해오던 홍콩에서 올해는 처음으로 기념 집회 신청이 전혀 없었고, 홍콩의 여러 대학에서는 6·4 정신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영문도 모른 채 철거되고 있다”며 “홍콩에서 6·4에 관한 집단 기억이 조직적으로 지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나는 이러한 난폭한 수단이 사람들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고 믿는다”면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세계의 권위주의가 확대될 때 우리는 더욱 민주적 가치를 지키고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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