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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저게 역사 되네

어머, 저게 역사 되네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05-09 18:10
업데이트 2022-05-10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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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민속이란 삶이다’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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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민속이란 삶이다’ 전시에서는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한 물건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달고나를 제작하는 도구와 연탄 풍로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민속이란 삶이다’ 전시에서는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한 물건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달고나를 제작하는 도구와 연탄 풍로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조선민속학회 창립 90주년 기념

e스포츠와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30~40대에게 PC게임 ‘스타크래프트’는 일종의 ‘민속놀이’로 통한다. 조상들이 삼삼오오 모여 윷놀이를 한 것처럼, 이들은 PC방에 모여 스타크래프트를 했고 세월이 흘러서도 가끔씩 PC방을 찾는다. 100년쯤 시간이 흐른 후 역사책에는 21세기를 전후해 한국에 PC방이 대거 생겼고, 많은 사람이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민속이 있었다고 나올지 모른다.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민속이란 삶이다’는 특정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향유한 문화와 일상을 접할 수 있는 전시다.

우리나라 최초 민속학회인 ‘조선민속학회’ 창립 90주년을 맞아 준비됐다. 관람객들은 ‘이런 것도 민속이야?’ 싶을 정도로 다양한 전시품을 통해 국립민속박물관이 무엇을 다루는 곳인지 파악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풍속 사진 486장 공개

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일렬로 정렬된 486장의 흑백 사진이 눈길을 끈다. 민속학자 송석하(1904~1948)가 일제강점기에 정리한 ‘민속 현지조사 사진카드’다. 민속 사진자료 공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형주 학예연구사는 “당대 민간신앙과 연희, 민속 내용을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라면서 “사진은 빛 노출 등에 민감해서 이렇게 많은 양이 전시되는 건 이번뿐”이라고 귀띔했다. 흑백의 작은 사진을 보기 힘든 관람객들은 빅데이터 기반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컬러로 확대한 사진을 키오스크로 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민속이란 삶이다’ 전시에서는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한 물건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민속현지조사 사진카드, 겜보이, 286컴퓨터, 3.5인치 디스켓,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민속이란 삶이다’ 전시에서는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한 물건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민속현지조사 사진카드, 겜보이, 286컴퓨터, 3.5인치 디스켓,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시대 따라 자주 쓰인 용품 전시

전시에는 특정 세대에 익숙한 물건들도 민속의 이름으로 등장해 시선을 끈다. 삼성전자가 1989년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겜보이’도 그 시기의 민속을 보여 주는 유물로 전시됐다. 지금은 보기 어려운 과거 주황색 공중전화나 두꺼운 전화번호부, 3.5인치 디스켓,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286컴퓨터, 버스 토큰 등 특정 시기 일상에 녹아 있던 물건을 통해 시대상을 보여 준다.

온라인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민속 물품도 전시관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모자의 나라로 각인시킨 갓, 미국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서 대박 신화를 쓴 영주 호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달고나 등이 그것이다.

특히 영주 호미는 제작자 석노기씨의 작업 모습과 인터뷰도 화면을 통해 관람할 수 있어 세계 속의 우리 민속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현재 진행형인 한국인 삶 다뤄”

1900년대 초반 시작된 한국 민속학은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동시대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연구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분야보다 생생한 학문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역시 “이번 특별전은 민속은 과거만 다루는 것이 아닌, 현재 진행형인 우리의 삶을 다루는 것임을 재차 확인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시관 끝에서 만나는 가게 간판들은 ‘민속은 현재이자 우리의 삶이 담긴 그릇’임을 일깨워 준다. 7월 5일까지.
류재민 기자
2022-05-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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