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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먼 “석유 중독이 푸틴 군자금을 대고 있다”

프리드먼 “석유 중독이 푸틴 군자금을 대고 있다”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22-03-30 18:38
업데이트 2022-03-3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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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칼럼 ‘푸틴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할 방법’
“우크라 지원하면서 러시아산 원유·가스 구매”
“언제까지 산유국에 구걸하나…석유중독 벗어나야”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서울신문 DB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이자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세계는 평평하다’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저지할 가장 확실한 수단은 화석연료와의 이별이라고 주장했다.

프리드먼은 29일(현지시간) ‘푸틴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할 방법’이라는 NYT 칼럼에서 “서방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우크라이나군을 세금으로 도우면서 동시에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구매함으로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군대에 자금을 대고 있다”라며 “이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라고 일갈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문화 분야 국가문화상 수상자들과의 간담회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크렘린 제공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문화 분야 국가문화상 수상자들과의 간담회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크렘린 제공 AP 연합뉴스
러시아가 국가 예산의 40%를 에너지 수출로 번 돈으로 꾸리는 점을 지적한 말이다.

●‘계절 정반대’ 남극·북극 얼음 동시에 녹는다
프리드먼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미국은 ‘석유 중독’을 최종적으로, 공식적으로, 되돌릴 수 없이 종식시켜야 한다”며 “석유 중독이 외교 정책과 인권 정책, 국가안보와 환경을 왜곡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는 전쟁과 무관하게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프리드먼은 상기시켰다. 북극과 남극은 한쪽이 여름이면 한쪽이 겨울인 정반대 계절을 보내야 하지만 최근 봄을 맞은 북극과 가을인 남극의 얼음이 동시에 녹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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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만 한 빙붕…온난화에 얼굴 뒤바뀌는 지구
뉴욕만 한 빙붕…온난화에 얼굴 뒤바뀌는 지구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작은 사진)에는 눈 덮인 단단한 얼음층이 보이지만, 지난 21일 촬영한 사진에선 얼음판이 산산이 부서져 있다.
NASA 홈페이지
●남극 폭염에 뉴욕시 크기 빙붕 부서져
남극 일부 지역에 극한 폭염이 덮치면서 기온이 20도 이상 올랐고 북극도 평년보다 10도 높은 기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남극대륙 동해안에서 뉴욕시 크기만 한 빙붕이 산산이 부서져 과학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양극 지방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은 50m 이상 상승한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석유독재 국가인 베네수엘라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 증산과 유가 인하를 “구걸”하고 있다며 프리드먼은 꼬집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러빙턴 인근의 원유 및 천연가스 원전. AP 연합뉴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러빙턴 인근의 원유 및 천연가스 원전. AP 연합뉴스
불과 2년 전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달러까지 떨어지자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유 감산을 애원했다. 프리드먼은 추출비용만 배럴당 40~50달러인 미국 정유회사들의 타격을 줄이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해석했다.

●유가 붕괴가 소련 붕괴 재촉했듯 재생에너지 과잉생산해야
그는 “이런 구걸이 우리가 원하는 미래인가”라고 물으며 “석유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항상 누군가, 보통은 나쁜 놈(bad guy)에게 가격을 올려달라, 내려달라 애원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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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석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다면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고 프리드먼은 제안했다. 1988~199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과잉 원유 생산으로 촉발된 유가 붕괴가 소련을 파산시키고 정권 붕괴를 재촉한 사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오늘날 재생에너지를 과잉생산하고 에너지 효율을 강조한다면 당시와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력회사가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원을 통해 생산한 전력 비중을 연간 7~10%로 높여 탄소배출을 감축하고, 정부와 공공기관이 쓰는 청정에너지 비중을 꾸준히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1세기판 승리정원…“태양광 지붕이 석유 독재와의 투쟁”
서울시내 한 아파트단지 내 각 세대 베란다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2021.9.23 뉴스1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서울시내 한 아파트단지 내 각 세대 베란다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2021.9.23 뉴스1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21세기판 ‘승리의 정원’(Victory Garden)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식량으로 쓸 통조림 소비를 줄이기 위해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정부는 각 가정에 자급자족할 과일과 채소를 심을 텃밭을 장려했다. 2000만명의 미국인이 뒷마당과 옥상에 텃밭을 조성함으로써 전쟁을 지원했다.

프리드먼은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중국, 유럽, 일본보다도 빠른 호주처럼 옥상 태양광 패널 설치와 관련된 규제를 없애고 이를 실천하는 가정에 세금 환급 혜택을 줌으로써 소비자에게 이 싸움에 동참할 능력을 부여하자”라며 “태양광 지붕은 석유 독재에 대항하는 우리 세대의 투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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