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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현 칼럼] ‘MB 시즌2’가 될 거라는 쓸데없는 걱정/수석논설위원

[안미현 칼럼] ‘MB 시즌2’가 될 거라는 쓸데없는 걱정/수석논설위원

안미현 기자
입력 2022-03-15 20:28
업데이트 2022-03-16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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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지킬 약속도 문제점까지 봐야
“솔직해지겠다”던 용기 빨리 내고
‘그런 사람…’ 열창 심정 잊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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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현 수석논설위원
안미현 수석논설위원
한 기업체 임원이 느닷없이 “새 정부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시즌2가 될 거라는 얘기가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을 비롯해 대통령 당선인 주변에 MB계 인사가 많다 보니 나온 말인 듯했다. 최근 ‘자원외교’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인수위에 MB맨이 많이 포진한 것도 호사가들의 양념이 됐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이 MB 시즌2 운운하는 얘기를 들었으면 특유의 어퍼컷을 날렸을 것이다. 그런데 꼭 그럴 일만은 아니다. 가볍기 그지없는 이런 입방아의 근저에는 ‘정치 초보’ 대통령에 대한 불안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주변에 휘둘리면 어쩌나 하는 기우다. 정권 풍향에 민감한 재계 기류도 감지된다. MB 자원외교 때 혜택을 본 기업도 있지만 홍역을 치른 기업도 있다. 그러니 아직 실체도 없는 가능성에 외풍이 닥칠까 근심하는 것이다.

새 진용을 짜느라 정신없을 윤 당선인이 이런 일각의 시선에도 눈길을 줬으면 한다. 장삼이사들은 먹고사는 게 걱정이다. 기업들은 기업하기 어려워지지 않을지 불안하다. 선거 때 내걸었던 공약을 냉철히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시원시원하게 내질렀던 화법이 건건이 당선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자영업자들은 1000만원 받을 기대감에 들떠 있다. 윤 당선인의 말처럼 “정당한 보상은 정부의 의무”다. 다만 재원 조달 방법으로 윤 당선인이 제시한 ‘지출 구조조정’은 유세 때는 외치기 쉬운 구호이지만 현실화는 쉽지 않다. 적자국채를 찍는 것 외에 뾰족수는 사실상 없다. 돈이 더 풀리면 이달 4%대를 넘볼 소비자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 고물가는 없는 사람에게 더 잔인하다. 오죽했으면 ‘소리 없는 대량살상무기’라고 불리겠는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합치는 것도 살펴봐야 할 요소가 많다. 세금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은 좋지만 국세인 종부세는 지방으로 내려보낸다. 지방세인 재산세와 합칠 경우 지방 재원의 빈익빈 부익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 계획에 없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신설한 행보와 상충될 소지마저 있다. 화끈하게 폐지를 약속한 주식양도세도 ‘양극화 완화’라는 전 세계 화두와 거리가 있다. 큰손이 주식시장을 떠나는 게 염려된다면 세금 자체를 없앨 게 아니라 큰손을 묶어 둘 보완책을 강구하는 게 과세 원칙에 더 맞다. 아이 낳으면 월 100만원, 기초연금 40만원 등 주겠다는 약속은 차고 넘치는데 세금은 죄다 깎아 주겠단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이고 감세 있는 복지는 사기”(심상정 정의당 후보)라는 말은 새겨들어야 할 돌직구다.

연금개혁은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으니 최소한 흐지부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막상 공론화에 들어가면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안 위원장의 진단대로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모든 공약을 지키려 한 데서” 실패가 시작됐는지 모른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윤 당선인과 인수위는 꼭 지킬 약속과 지키지 못할 약속을 가려내야 한다. 지켜야 할 약속도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야기될 또 다른 문제까지 이제 봐야 한다. 원자력발전소를 다시 짓는다고 하면 고압 송전탑은 어디에 둘 것인가. 70대 마을주민이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던 ‘밀양의 고통’은 현실이다.

정치 초보라는 윤 당선인의 약점은 강점이기도 하다. 정치판에 빚진 게 없어서다. 선거 전에 1번이 되든 2번이 되든 지금보단 나을 것이라고 단언했던 지인은 그 이유를 “둘 다 비주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도 “오직 국민에게만 빚졌다”고 했다.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어려운 것은 어렵다고 솔직하게 얘기하겠다”고도 했다. 그 용기를 빨리 냈으면 한다. 그래서 당선인이 예능 프로에서 불렀다는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5년 뒤에 국민이 열창했으면 한다.
안미현 수석논설위원
2022-03-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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